나의 애독시(552) : 용서하십시오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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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52)

 

용서하십시오 / 이해인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차분히 심호흡을 하는 오늘

해 아래 살아 있는 기쁨을 감사드리며

우리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밤새 뉘우침의 눈물로 빚어낸 하얀 평화가

새해 아침을 더욱 아름답게 해 주십시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았음을 용서하십시오

 

나라와 겨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나라와 겨레가 있는 고마움을

소중한 축복으로 헤아리기보다는

비난과 불평과 원망으로 일관했으며

큰일이 일어나 힘들 때마다 기도하기보다는

형편없는 나라” “형편없는 국민이라고

습관적으로 푸념하며 스스로 비하시켰음을 용서하십시오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사랑으로 다하지 못하고 소홀히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했으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했습니다

 

깊은 대화가 필요할 때조차

겉도는 말로 지나친 적이 많았고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말로 상처를 입히고도

용서 청하지 않는 무례함을 거듭했습니다

 

연로한 이들에 대한 존경이 부족했고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병약한 이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부족했음을 용서하십시오

 

자신의 존재와 일에 대해

정성과 애정을 쏟아 붓지 못했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공허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일상생활을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고집, 열등감, 우울함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남에게 부담을 준 적이 많았습니다

 

맡은 일에 책임과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곤 했습니다

끝까지 충실하게 깨어 있지 못한 실수로 인해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고도 사과하기보다는

비겁한 변명에만 급급했음을 용서하십시오

 

잘못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이가 아니 되도록

오늘도 우리를 조용히 흔들어 주십시오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에게

첫눈처럼 새하얀 축복을 주십시오

이제 우리도 다시 시작하고

다시 기뻐하고 싶습니다

희망에 물든 새 옷을 겸허히 차려 입고

우리 모두 새해의 문으로 웃으며 들어서는

희망의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시라는 느낌보다는 진지하면서도 통절(痛切)한 기도문에 더 가깝습니다. 정말로 죄를 짓고도 참회는커녕 자기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나라와 겨레가 있다는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제 조국을 매도하고 있는 것을 모르며, 이기심과 무관심을 갖고 이웃에게 인색하게 굴었음을 모르며, 부정적인 언행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무례함을 저질렀음을 모르며, 신뢰심과 성실성을 잃고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떠나 자신만을 내세우는 데 급급했으며, 진정성이 결여된 악의에 찬 말을 함부로 해댄 걸 모두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로 다시 시작해서 다시 기뻐지고 싶습니다, 내년부터는.

 

세월은 무심히 흘러 어느덧 올해도 마지막 날이 되었군요. 마지막 날을 맞아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면 늘상 그랬듯 잘했던 것보다 못했던 것이 많고, 보람찬 것보다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일들이 끊임없던 올해는 더욱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 12월 끝날이라고 할까요? 는 밀레니움 열풍으로 시끌벅적하던 19991231, 벌써 4반세기가 되었습니다만, 중앙일보에 실렸던 작품인데 오히려 지금이 더 잘 맞아떨어지는 듯싶습니다. 다시 읽어도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에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읽으며,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6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설계해야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날을 맞아 그동안 함께 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날들만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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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해가 바뀌는군요.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신바람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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