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37)

♬ 바람 부는 날의 시 / 김기택

바람이 분다

바람에 감전된 나뭇잎들이 온몸을 떨자

나무 가득 쏴아 쏴아아

파도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 보자고

바람의 무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보자고

작고 여린 이파리들이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아당긴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아름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

◑ 무심코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나뭇잎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시라고 여겨지죠? 그러나 조금만 공들여 읽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나뭇잎의 모습을 통해서 작은 나뭇잎이 오히려 큰 것, 힘센 것을 움직이게 한다는 함축된 의미를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 아람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라는 구절이 그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 정신이란 기존의 인식과 관심을 뒤집어봄으로써 세계와 사물을 새롭고 깊이 있게 보려는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시인을 존경하고, 시인이 갖고 있는 그런 시 정신을 통하여 제 삶이 풍요로워지려고 애씁니다요. 시를 무조건 멀리하지 마십시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