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32) : 겨울날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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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32)

 

 

겨울날 /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 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한 해의 끝과 시작이 추운 겨울날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보셨는지요? 바깥 활동이 줄어들어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하얀 눈이 있어 우리들 마음이 깨끗해지기도 합니다. 보내놓고 보면 언제나 힘든 일이 많았던 다사다난했던 한 해입니다. 아마도 튼튼해지라고 겨울바람은 겨우내 유난히 우리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시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그냥 서 있는 것이어서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신경림 시인의 겨울날을 읽는 12월 중순, 저도 나무처럼 그냥 서 있어야겠다는 아름다운 꿈 하나를 감히 간직해 봅니다요.

 

사계절 중 겨울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우리는 우선 함박눈을 볼 수 없을 겁니다. 함박 눈꽃들은 먼지에 쌓인 산과 들 마을까지 하얗게 덮어 눈부신 세상을 만듭니다. 신경림 시인은 겨울날에서 우리들도 깨끗해지라고 함박눈이 하얗게 내려 쌓인다고 노래합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강물이 얼어붙어도 겨울은 무겁게 침묵합니다. 나무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내년 봄에 더 푸르른 나뭇잎을 싹틔울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벌거벗은 채 당당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살갗이 얼어 터져 있어도 뿌리만은 얼지 않도록 혈관 속엔 뜨거운 피가 부지런히 돌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심장이 뜁니다. 보이지 않게 정성을 다해 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지요. 누구나 살다 보면 반드시 겨울이 옵니다. 예기치 않은 사별의 고통도 숱한 실패도 치욕의 날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넘어지고 쓰러져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면 반드시 새벽이 오고 초록별들이 찾아와 빛납니다. 세상도 겨울을 맞이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겨울을 건너지 않고 진달래, 개나리, 하얀 목련꽃을 피우지 않듯이 우리 삶에 겨울이 없다면, 움츠림 없이 긴 세월을 지루하게 흐느적거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겨울에 새 희망을 품고 살아갈 일이지요. 올겨울도 온갖 매운바람을 이겨내고 초록별과 함께 스스로 겨울꽃을 피워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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