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0) : 푸른 오월 / 노천명

모란.jpg



나의 애독시(40)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월의 싱그러운 훈풍처럼 시원스러운 시입니다.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고 계절 감각이 향수와 어우러져 感傷(감상)이 윤기처럼 흐르고 동적인 생명력이 구김살 없이 펼쳐집니다. 섬세한 관찰로 화려한 5월의 이미지가 생동하고, 그 싱싱한 약동감이 곳곳에서 넘치고 있네요. 향토적인 우리 고유의 정감과 화사한 서양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5월의 계절적인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시는 환희에서 출발한 감정이 옛날에 대한 향수와 비애로 바뀌었다가 다시 환희로 돌아옴으로써, 女心의 호사로움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두세 번쯤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시지요. ()

 

 

보통명사처럼 숱하게 인용하였던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맨 처음 노래한 시이지요. 만상이 모두 오월의 빛으로 반짝이며 신록과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여왕의 햇빛을 받아 분사되는 잎들의 풍경이 저토록 아름다운데 왜 아니 그러겠습니까요. 여왕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 앞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무색해지는 건 어쩌면 지당한 감상일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외로워져 먼데 하늘을 보며 잃어버린 날들이 그립습니다. 삼라만상의 조화로 부화된 생명들이 눈부시도록 빛나는 이 계절에 그리움은 더 먼 곳으로 뻗어갑니다. 그 자연의 질서 아래서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는것은 당연하겠지요. 온갖 산나물을 찾아 길섶을 헤매고 다녔던 날들이 다시 낙원이고 희망이지요. 이 오월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백합 같은 내 동무들이 모두 그립고 내 사람입니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곳 그 시절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어머니를 위해 노래 부르고, 너를 위해 노래 부르는 동안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솟구칠 겁니다. 초라한 현실과 외로움, 슬픔 다 떨쳐 버리고 5월에는 희망을 노래하자.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오월의 어머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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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건석
    • 2024.04.25 15:09
    신형! 내 맘이 급한 것이 아니라 2009년에  올렸던 순서대로 가고 있는 중이야. 그때는 며칠에 한번씩, 지금은 음악과 번갈아 올리기 때문에 앞당겨져서  그리 된 걸세. 앞으로 시간상 차이가 나는 경우의 시가 많이 나타날 걸세. 시를 읽는데 그 내용이 절기와 딱 부합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닌감.
    건서기형, 마음이 급하기는~ 
    아직 4월이 다 안갔는데 
    성급하게 5월을 마중하시능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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