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21 K. 467 (73)
- 서건석
- 2024.04.24 06:34
-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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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3)
73
♣ Mozart / Piano Con. No. 21 K. 467
♬ 음악가 가운데 모차르트처럼 각종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많이 쓴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협주곡에 있어서 모차르트는 가히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피아노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바이올린과 비올라, 바순, 오보에, 플루트, 플루트와 하프, 혼, 클라리넷 등 그의 협주곡에 등장하는 악기는 다양합니다. 그는 무려 45곡의 협주곡을 썼습니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썼던 시기에 작곡한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밀도 있는 짜임새와 구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악기의 사용에서도 현악기군이 거의 고정된 가운데 관악기와 때로는 트럼펫 등이 추가되고, 타악기와 피아노의 음 빛깔이 대조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목관악기와 응답하는 듯한 선율은 뛰어난 기교를 조화시킨 평형감각을 보여 줍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에 이어서 <피아노 협주곡 21번 K. 467>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입니다. 물론 그 유명세는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 덕택입니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미국의 빌보드 상위 10위에까지 올라갔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엘비라 마디간>은 1960년대에 제작된 영화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인상파적 영상미를 미려하게 연출해 냈던 영화인데, 그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협주곡 21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악장으로 손꼽히는 <2악장 안단테>가 곳곳에서 흘러나옵니다. 덕분에 <협주곡 21번>의 별칭이 바뀌는 일까지 생깁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원래 이 협주곡의 별칭이었던 ‘군대’가 ‘엘비라 마디간’으로 바뀌었다는 얘깁니다. 물론 ‘군대’라는 별칭도 모차르트가 붙인 건 아닙니다. 행진곡풍으로 당당하게 시작하는 1악장 때문에 후대 사람들로부터 얻은 별명이었습니다. 어쨌든 영화 <엘비라 마디간>이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다음부터, 이 협주곡은 그냥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됐습니다. 음반 가게에 가서 ‘엘비라 마디간 주세요.’ 하면, 협주곡 21번을 곧바로 꺼내줬을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것과 더불어, 당시 열일곱 살에 불과했던 발레리나 출신의 여배우 피아 데게르마르크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 버립니다. 청순하기 이를 데 없는 외모의 그녀는 1967년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후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채 곧바로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고 말았습니다.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작곡한 해는 빈에서 보낸 ‘생애 마지막 10년’의 딱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1785년입니다. 이해에도 모차르트는 3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잇달아 써냅니다. 20번부터 22번까지입니다. 특히 21번은 20번을 작곡하고 난 후 불과 한 달도 안 돼 세상에 첫선을 보입니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걸작을 써냈던 것에 대해, 후대의 음악사가들은 대개 모차르트의 ‘천재성’이라는 맥락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매우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18세기에 음악가들의 생계는 귀족, 왕실, 때로는 종교 후원자의 손에 의해 좌우됐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로 들어서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여전히 정치권력을 놓지 않고 있던 귀족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부르주아지, 그 양쪽의 지원에 의지했던 ‘양다리 걸치기’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모차르트가 빈으로 이주한 18세기 후반은 말하자면 과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실과 귀족의 눈치를 살피는 한편, 자신이 쓴 곡의 악보 판매와 스스로의 이름을 내건 연주회의 인기 정도에 따라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차르트에게 가족의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두 개의 수입원은 피아노 레슨과 연주회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연주회는 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스러운 숙제였을 겁니다. 물론 그 연주회들을 모두 ‘예약’ 연주회였습니다. 올 손님들이 이미 정해진 연주회였다는 뜻이지요. 그들은 주로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이었는데, 모차르트의 연주회에 단골로 찾아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모차르트는 지난번에 했던 곡을 다시 반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난번 연주했던 곡과 새로 선보일 곡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야 했습니다. 지난번에 왔던 손님이 이번에 또 왔는데, 분위기가 비슷한 곳을 연달아 연주하면 손님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뭔가 ‘색다른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항상 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20번에 이어 21번을 들으면서 생각해야 할 중요한 전제입니다.
d단조(단조는 영문자를 소문자로 씁니다)의 조성을 지닌 20번과 C장조(장조는 대문자로 씁니다)의 조성을 지닌 21번은 분위기가 완전히 딴 판이라는 뜻입니다. 20번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격정적인 데 비해, 21번은 맑고 밝아서 개구쟁이 같은 느낌마저 풍기는 곡입니다. 밝음의 정조(情操)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음악의 격조를 유지합니다. 느린 2악장에서 보여 주는 슬픔도 지나친 감상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애잔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협주곡 21번은 그렇게 ‘웃음과 슬픔의 2중주’라는 모차르트 특유의 음악적 요체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1악장은 ‘군대’라는 별칭의 이유가 됐을 만큼 행진곡풍으로 당당하게 문을 엽니다. C장조의 으뜸화음으로 제시되는 주제부를 머릿속에 꼭 새겨 두기를 바랍니다. 계이름으로 ‘도솔도미 파미레도시’입니다. 관현악 총주가 그 주제부를 여러 차례 반복한 다음, 피아노가 산뜻하게 등장합니다. 기교적으로도 현란합니다. 한데 잠시 후에 피아노 독주가 어두운 단조의 선율을 아주 잠깐 연주합니다. 바로 그 지점, 피아노가 갑자기 선율적으로 어두워지는 부분도 머릿속에 새겨 두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우울한 정조는 금세 사라지고 다시 장조의 밝은 색채로 돌아옵니다. 피아노가 보여 주는 이런 색채감, 아울러 피아노와 관현악 파트가 주제 선율을 서로 주고받는 장면들에 집중하면서 1악장을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2악장은 그 유명한 안단테입니다. 잔잔하게 퍼지는 시적인 아름다운 선율로 서정미가 빼어납니다.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이름을 얻게 만든 악장이지요. 현악기들이 잔잔한 물결 같은 주제 선율을 노래하고 피아노가 이어받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이어서 3악장은 약간 수다스러운 느낌으로 시작하지요. 현악기들이 짧은 음형을 새가 지저귀듯이 노래하고 관악기들이 거기에 가세하면서 음량이 점점 터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피아노가 등장합니다. 역시 약간은 수다스러운 느낌으로 피아노가 달려 나가고 관현악이 율동적으로 조응합니다. 그렇게 피아노와 관현악이 대화를 주고받다가 매우 화려하고 강력한 느낌으로 곡을 마무리합니다.
짧게 요약하면 1악장은 행진곡풍의 당당함, 2악장은 애틋한 슬픔, 3악장은 경쾌하면서도 약간 수다스러운 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기계적인 도식이지만, 그런 식으로 머릿속에 새겨두는 것도 음악 듣기에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Mozart / Piano Con. No. 21 K. 467>
Ignus Maknickas(p), Vilmantas Kaliunas(cond)
Lithuanian Chamber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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