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22 K. 482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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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4)

 

 

74

 

Mozart / Piano Con. No. 22  K. 482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모차르트가 빈에서 야외 연주회를 갖는 장면이 나옵니다. 화창한 날씨, 여유로운 분위기의 공원에서 요제프 2세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유의 재기 넘치면서도 기품 있는 제스처로 연주에 임하는 모차르트(톰 헐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아울러 집에서 출발할 때 인부들을 앞세워 피아노를 들고 뛰어가게 하고, 자신은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마차 위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그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와 지휘를 맡아 연주하는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2>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협주곡을 완성한 것은 178512월 중순인데, 당시 그는 한창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느라 바빴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가 연주회를 위해서 외출한 사이에 모차르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 <피가로의 결혼>의 악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그럴싸한 설정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분주한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이 협주곡에서 특별히 새로운 시도나 과감한 모험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그가 그때까지 연마해 온 다양한 기법들과 독자적 스타일을 무난하고 여유롭게 펼쳐 보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무사안일이나 적당한 타협의 산물로 여긴다면 오산이지요. 우리는 여기서 당대 빈 청중의 취향을 민감하게 파악하여 자신의 예술적 욕구와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동시에 장르의 발전을 향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차르트 특유의 탁월한 장인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이 작품은 같은 해(1785)에 앞서 작곡된 다른 두 협주곡(20번과 21)에 비해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는 떨어집니다. 또 그 이듬해(1786) 사순절에 나란히 연주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두 곡(23번과 24)에 비해서도 주목을 덜 받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서 차츰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던 빈의 변덕스런 청중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였습니다.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나네를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178512월 중순 대림절에 열린 한 예약 연주회에서 모차르트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청중은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모차르트는 느린 악장을 즉석에서 다시 연주해야 했고,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고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모차르트는 빈에 정착한 이후 피아노 협주곡 작곡에 주력했습니다. 예약 연주회 신청을 받고 그 스스로 피아노 독주를 맡으며 협주곡 장르를 통해 많은 부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모차르트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평소의 작곡 습관과 다르게, 이듬해 봄에 연주하려고 계획했던 작품을 12월 중순에 미리 완성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22에는 협주곡 장르에 있어 새로운 특징이 담겨있기보다는 그동안 활용했던 작곡 서법이 충분히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모차르트의 협주곡 가운데 오보에 대신 클라리넷이 처음으로 사용된 악곡이며, 연주 시간도 긴 작품입니다.

 

  이 곡은 1785년에 작곡된 3(K. 466, 467, 482) 중 하나로 1785~1786년 봄까지 그 기간 동안에 작곡된 5(K. 466, 467, 482, 488, 491)의 공통된 특징은 듣기에 싫증 나지 않게 뛰어난 작곡법에다 피아니스틱한 효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곡은 고전 협주곡의 전형이라고 할 만큼 정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이 거의 일정한 형식을 갖지 않은 느린 악장으로, 환상적인 스타일과 대조를 이루어, 전체적인 구성에서 뛰어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2>은 낭만파를 예고하는 듯한 깊은 서정을 주제로 한, 5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관악기와 현악기, 피아노의 음색의 배열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며,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가장 작품을 많이 쓰던 무렵인 178512월 빈에서 완성하여, 다음 해에 연주되어 대단한 호평을 받았는데, 2악장이 특히 앙코르 되었다고 합니다. 20번에서 제24번까지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와 관현악을 종횡으로 구사한 수법의 숙달성, 아름다운 선율의 배치, 넘치는 색채의 풍부함에서 공통된 최고 걸작들입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오페라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장르라고 생각되며,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 두 분야는 인기가 특히 높았습니다. 그중에서도 19번 이후 27번까지 9곡이 가장 원숙한 시기의 것으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귀여운 19, 비극적인 아름다움의 20, 엉뚱한 영화 때문에 더 잘 알려진 21, 1악장이 특히 좋은 23, 비장하지만 20번처럼 격정적 이기보단 은은한 느낌의 24, 나름대로 장대한 25, ‘대관식의 부제가 붙은 26, 이별을 고하는 듯한 환상적 분위기의 27번 등 모두 유명하지만, 이 곡은 3악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3악장만큼은 다른 어떤 곡의 한 악장보다도 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악장은 특히 영화 아마데우스OST에 실려 있어서 그나마 진가가 묻히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들려졌던 것 같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우선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일단 악곡의 규모가 크고 구성도 장대하며 악기 편성도 이전보다 확대되어 있습니다. 특히 첫 악장은 ‘E플랫장조특유의 찬연하고 낭랑한 울림과 더불어 위풍당당한 기세로 출발한 다음 내내 활기가 넘치면서도 잘 정돈된 조화로운 음률의 향연을 풍성하게 차려놓습니다. 아울러 이 곡은 기악적 색채의 전개라는 면에서도 더없이 매혹적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에는 처음 도입한 클라리넷을 비롯한 2관 편성에 2대의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더해진 편성으로 시종 다채로운 팔레트를 펼쳐 보입니다.

 

2악장: 안단테. 변주곡 형식을 취한 c단조의 안단테 악장은 또 얼마나 가슴 깊이 파고드는가요. 모차르트 자신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K. 364)의 느린 악장이나 당시 작곡 중이었던 <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어둡고 장중하면서도 지극히 섬세하고 다감한 분위기, 은근히 듣는 이의 귀를 끌어당기는 칸타빌레 선율, 그리고 5개의 변주를 절묘하게 아우르는 차분하면서도 극적인 진행 등이 인상적입니다.

 

3악장: 론도. 알레그로. 피날레 악장 또한 경이롭습니다. 이 론도 악장은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하고 장난치는 듯한 주제를 가졌지만, 두 번째 중간부로 접어들면 갑자기 템포가 떨어지면서 또 하나의 느린 악장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수법은 모차르트가 과거 또 하나의 E플랫장조 협주곡, 즉 피아노 협주곡 9(K.271)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이지만, A플랫장조의 안단테 칸타빌레 섹션은 전혀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입니다. 느긋한 미뉴에트 리듬을 타고 흐르는 이 시적인 음악을 통해서 우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동경으로 가득 찬 정화의 세계로 나가게 됩니다.





<Mozart / Piano Con. No. 22  K. 482>

Yunchan Lim(임윤찬)(p), Nicholas McGegan(cond)

Fort Worth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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