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의 애독시(1164) : 가을 / 마종기

단풍27.jpg



가을 /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모든 것이 제 몸의 부피를 버리면서 가벼워지는 이 가을, 이 가벼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지요? 나무의 꽃과 이파리, 가지들은 제 자신의 몸을 열매에게 건네주려고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 가벼움(사랑)과 무거움(결실)이 공존하는 과도기가 바로 가을인 것이지요. 가벼운 것들은 가벼운 대로 무거운 것들은 무거운 대로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지요. 우리도 이와 같은 자연의 순환하는 질서를 늘 눈여겨보아 오고 있지요.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는 것, 진정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소멸의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해 자신을 내주는 상생의 시간이라는 점이지요. 우리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기 위하여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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