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의 애독시(1161) : 시월에 / 문태준



국화6.jpg




시월에 /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10월이 되면 이 시가 꼭 첫머리로 떠오른다는 평자가 있는데 이제야 올립니다. 시인은 비어 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지요. 비어 있으면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시인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고 알려줍니다. 말이 좀 어렵지만 진짜 그렇습니다. 비어 있음 안에는 비어 있음의 쓸쓸함과 풍경과 느낌들이 들어 있는 법인데, 그의 시를 읽으면 그런 비어 있음과 반대로 채워져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가 있어요. 10월은 텅 비어가는 시절, 우리는 덜어내고, 비워내고, 털어내야 할 때가 왔음을 압니다. 그러기에 풍성함에 더욱 감사하고, 사그라드는 것에 더욱 애잔함을 느낍니다. 뭔가 다 사라지고 있구나, 이런 상실을 깨닫는 건 이미 상실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겠지요. 시인은 집에 와서 혼자서 찬밥을 물에 말아 먹는다고 했는데, 반찬도 제대로 있을 리 없는데 온기(溫氣), 식구도, 사랑도 주변에 없으니 참 썰렁할 뿐이지요. 아무리 혼밥’ ‘혼술이 대세라지만 시월은 원래가 쓸쓸한 계절이어서 이 시기의 혼자는 더욱 쓸쓸한 법입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10월은 역시 사람으로, 사람의 온기로, 사람의 사랑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시기(時期)가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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