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진위 여부

기사 내용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OO 여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당히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유명 화가 작품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청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여부(與否)’라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그러함과 그렇지 않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입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하면 ‘가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예문에서 나온 ‘진위 여부’라는 말은 ‘참이거나 거짓, 그렇게나 그렇지 않음’이 되기 때문에 뜻과 말이 겹쳐져서 나타나게 됩니다. ‘진위(眞僞)’라는 말 하나만으로도 될 것을 ‘여부’라는 군더더기 표현을 덧붙인 것이죠.

두 번째 예문에서 나온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라는 말도 같은 뜻의 표현을 두 번 반복한 것입니다. 앞의 두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여부’라는 말 앞에는 ‘찬반(贊反)’이나 ‘당락(當落)’ 또는 ‘성패(成敗), 가부(可否), 생사(生死)’ 등과 같이 서로 뜻이 맞서는 표현들은 올 수 없습니다. 반면에 ‘해당 여부’라든가 ‘등록 여부’ 또는 ‘음주 여부’와 같은 표현은 모두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