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53)

♬ 너에게 / 신동엽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진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순 터

새순 돋듯

허구 많은 자연(自然) 중(中)

너는 이 근처 와 살아라.

◑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유서 형식을 통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너’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너’는 화자에게 소중한 대상을 의미하겠지요. 시적 화자인 ‘나’는 소중한 사람인 ‘너’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겠다는군요. 즉 이 시는 자기 희생을 통해 우리의 현실 속의 모든 부정적 요소를 없애 이곳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어요. 일단 죽음을 앞둔 화자가 혼자 남게 될 연인을 생각하면서, 그 연인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내용으로 읽히지만, ‘묵은 순 터 / 새순 돋듯’이라는 비유를 보면, 어쩌면 화자는 힘들고 거친 세상을 살아온 기성세대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니까 부패하고 무능한 구세대는 가고 신세대가 와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길 바라는 내용으로 풀이할 수 있기도 합니다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