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48) : 가을 편지 / 작자 미상

해바라기2.jpg




나의 애독시(448)

 

가을 편지 / 작자 미상

 

 

계절은 어느새 9월의 중순이다.

가을로 접어드는 나들목에서 들판을 걷는다.

모세혈관이 온몸으로 절규하며 가을을 빚어낸다.

가을은 점점 풍만해지고

내 사색의 터널은 깊어만 간다.

한 자락 초록 잎새는 미세한 떨림을 남기며 작별인사를 한다.

 

가을의 옷장을 열어젖힌다.

빨강, 노랑, 주홍 빛깔의 가을이 외출을 서두르고 있다.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가을을 비벼 넣어 끓인다.

가을이 뜨겁게 달구어진다.

 

은유의 차에 가을이 입맞춤 한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오색 도화지에 가을이 그림을 그린다.

 

그리운 가을은 한 모금씩 목젖을 적시고

고독한 가슴 위로 전율이 흐르며

시인은 가을의 여백을 채워간다.

 

긴 여름의 수고로움도 없이

두고 갈 것도 가져갈 것도 하나 없는 쓸쓸한 가을

 

스멀스멀거리며

가슴으로 다가오는 가을

그리움에 흘리는 눈물만큼

 

이 가을엔

코스모스꽃길을 걸으며

행복 가득 느끼고 싶다.

 


저장되어 있는 제 시의 창고에서 찾아낸 시인데 제 불찰로 인해 시의 저자가 누락되어 있어 누가 쓴 시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쯤 꼭 실어야 할 시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싣습니다. 물론 시인의 이름도 알아야 의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하지만, 몰라도 시가 주는 분위기에 끌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을이란 계절 속에 머무르고 있는 저희들에게 시의 어느 부분/표현이 그럴 듯하게 가슴에 와 닿는지요. ‘긴 여름의 수고로움도 없이 / 두고 갈 것도 가져갈 것도 하나 없는 쓸쓸한 가을 // 스멀스멀거리며 / 가슴으로 다가오는 가을’, 이 부분에 대한 느낌은 어떠하온지요? 가을로 접어드는 들판에서 점점 더 풍요로워져 가는 가을을 보고 싶고, 사색의 터널을 더 깊게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가을엔 / 코스모스꽃 길을 걸으며 / 행복 가득 느끼고 싶다.’라는 게 제 바람이기도 합니다. 시 한 편을 더 매달아 보았어요.

 

 

가을에 띄우는 편지 / 김정한

 

가을입니다.

이 가을에는

당신을 찾아 잠시 머물다 오겠습니다

 

,

내일, 모레, 그리고 그 언젠가는

당신에게 가는 길을 열겠노라고 말하면서

당신 허락 없이 닫고 또 닫았던

나를 용서해 주시지요

늘 당신에게로 가는 삶은 퇴행성 병처럼

뒷걸음 쳐지기만 했습니다.

 

이 가을에는

마음 편히 당신의 그늘아래서

누웠다가 기대었다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허설 없는 삶처럼

당신과의 사랑도 여전히 리허설 없는 생방송입니다.

 

내 인생의 삶이 관객이 필요치 않듯이

당신과의 사랑도 관객이 필요치 않겠지요

 

안에서 밖으로

또 그 안에서 밖으로

그림자도 스며들지 않게 꼭 잠근 채

당신 곁에서 편히 그리고 오래 오래 쉬다가 오겠습니다

내 그리운 당신께 곧 가겠습니다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2,743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2743서건석25.10.0512
2742서건석25.10.0416
2741서건석25.10.0322
2740서건석25.10.0216
2739서건석25.10.0118
2738서건석25.09.3020
2737서건석25.09.2931
2736편영범25.09.2849
2735서건석25.09.2819
2734서건석25.09.2731
2733서건석25.09.2619
2732서건석25.09.2536
2731서건석25.09.2443
2730서건석25.09.2322
2729모하비25.09.2234
2728서건석25.09.2223
2727서건석25.09.2121
2726서건석25.09.2019
2725서건석25.09.1923
2724서건석25.09.1872
2723서건석25.09.1823
2722서건석25.09.1738
2721서건석25.09.1718
2720서건석25.09.1619
2719서건석25.09.1617
2718모하비25.09.1526
2717서건석25.09.1522
2716서건석25.09.1517
2715서건석25.09.1414
2714서건석25.09.1415
2713서건석25.09.1316
2712서건석25.09.1315
2711서건석25.09.1212
2710서건석25.09.1222
2709서건석25.09.1115
2708서건석25.09.1123
2707서건석25.09.1019
2706서건석25.09.1019
2705서건석25.09.0921
2704서건석25.09.0920
2703모하비25.09.0830
2702서건석25.09.0837
2701서건석25.09.0826
2700서건석25.09.0715
2699서건석25.09.0721
2698서건석25.09.0612
2697서건석25.09.0617
2696서건석25.09.0514
2695서건석25.09.0518
2694서건석25.09.0415
2693서건석25.09.0420
2692서건석25.09.0316
2691서건석25.09.0321
2690서건석25.09.0214
2689서건석25.09.0217
2688모하비25.09.0128
2687서건석25.09.0122
2686서건석25.09.0117
2685서건석25.08.3114
2684서건석25.08.3123
2683편영범25.08.3054
2682서건석25.08.3017
2681서건석25.08.3035
2680서건석25.08.2916
2679서건석25.08.2924
2678서건석25.08.2814
2677서건석25.08.2822
2676서건석25.08.2713
2675서건석25.08.2719
2674서건석25.08.2612
2673서건석25.08.2618
2672모하비25.08.2539
2671서건석25.08.2518
2670서건석25.08.2521
2669서건석25.08.2421
2668서건석25.08.2419
2667서건석25.08.2318
2666서건석25.08.2323
2665서건석25.08.2220
2664서건석25.08.2221
2663서건석25.08.2119
2662서건석25.08.2123
2661서건석25.08.2018
2660서건석25.08.2025
2659서건석25.08.1921
2658서건석25.08.1938
2657모하비25.08.1830
2656서건석25.08.1824
2655서건석25.08.1819
2654서건석25.08.1717
2653서건석25.08.1717
2652서건석25.08.1615
2651서건석25.08.1622
2650서건석25.08.1519
2649서건석25.08.1528
2648서건석25.08.1415
2647서건석25.08.1425
2646서건석25.08.1317
2645서건석25.08.1324
2644서건석25.08.1218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