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39) : 코스모스 / 조도춘, 강진규, 홍성호, 윤동주, 이해인, 정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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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439)

 

 

가을에 가장 먼저 피는 꽃하고 물으면 으레 코스모스를 먼저 떠올립니다. 가을을 알려주는 전령처럼 제일 먼저 피는 꽃이 코스모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가을에만 피는 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가을에만 피는 꽃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코스모스는 가을에만 피는 꽃으로 생각했어요. 간혹 여름에 피어나면 계절 감각이 둔해 핀 거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식물도감을 보면 6월에서 10월까지 개화를 한다고 합니다. 신이 가장 먼저 만든 꽃으로 소녀의 순정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답니다. 코스모스의 원산지는 멕시코인데 우리나라에는 1910년대 한 선교사가 들여왔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며 춤을 즐기는 꽃이라 하여 순우리말로 살사리꽃이라고도 부르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에 오늘은 해설을 먼저 올리고 시 여섯 편을 엄선하여 올립니다. 여섯 편의 시 중 어느 것이 가장 맘에 드는지 나중에 물어보겠으니 마음속에 점찍어 두십시오.

 

 

1. 코스모스 / 조도춘

  

한여름 무더위 속에

숨 막혀 죽은 줄 알았던

너의 작은 몸짓은

살갗에 와 닿는

이른 아침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깜짝 놀라

다시 바라다봅니다

 

작은 바람에

가녀린 꽃잎 흔드는

한 계절 오고가는 길에

피어서는 지고

지어서는 또 피는 줄만 알았는데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을

그리움에

눈만 휘둥그래집니다

 

보이지 않으면

잊는다고 했는데

죽으면

영원히 떠난 줄 알았는데

아련한 기억 속에

가슴 가득 넘쳐 나서는

눈시울 적시는지

미쳐 몰랐습니다

 

2. 코스모스 / 강진규

  

흔들리고 싶어서라고

나부끼고 싶어서라고

가느란 몸뚱이에

키만 덜썩 컸다

 

높푸른 하늘

싱그런 바람 한 점

마시고 싶어서라고

위만 쳐다보며 살고 있다

 

혼자서는 외로워 가지 못할 세월 속에

무리로 어울려도 나를 찾지 못하는

그리움이 지쳐 쓰러지고 나면

 

길가에서나

개천 둑에서도 그 마음은 자라나

세월의 빈자리만 메우고 있나

 

그리움에 깊어만 가는 생각의 흔적들

한데 어울려 꽃은 피고

다시 꽃은 져 천지사방 울음소리

울음의 말발굽 소리

 

 3. 코스모스 / 홍성호

  

가느다란 목 세워 올렸다

머리 숙일 수 없는 꼿꼿한 숙명

허공에 걸린 터트린 폭죽으로

바람보다 먼저 아우성칠 조바심

왜 꽃으로만 피려는가

 

홀로 서 있는 창백한 계절

퍼렇게 질린 목의 서슬

서릿발 진한 화장 허한 웃음으로

무거워서 무거워서 꽃잎들

차라리 울어버려라

 

하늘로 곧추세운 화냥기

어쩌자는 고고한 살랑임이냐

 

 4. 코스모스 /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라미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5. 코스모스 / 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6. 코스모스 연가 / 정소슬

 

사철 늘푸른

솔이고 싶어도

벌린 팔 사이 파고드는

소슬 단() 바람에

반한 걸 어쩔거나

 

봄 내 널린

꽃 사이 피어 살고 싶어도

꽃 다 진 벌판에

홀로 피어 나부끼는 외로움

좋은 걸 어쩔거나

 

가슴팍 찌르고 가는

냉랭한 시선에 흐느껴 울어도

길게 목 빼고 기다리는 짝사랑에

이 몸 이렇게 다는 걸

난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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