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28)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모란(목단).jpg



나의 애독시(328)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우리 세대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함석헌 선생의 시입니다. 널리 알려진 시이지만 함석헌 선생에게 이런 시 작품도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이 시를 올립니다. 정말이지 이런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요? 내 모든 것을 믿어주고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는 친구, 내 깊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슬플 때 달려가 엉엉 울어도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내 깊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요? 그런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 삶은 외롭지 않을 겁니다. 평생 그런 친구를 만나는 일은 아마 불가능한지도 모릅니다그려. 누군가 말했듯 내가 기다리는 그런 좋은 친구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줄 때 비로소 내 곁으로 오는 것이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응답하라 1988’이 한창 인기였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서울 쌍문동이지요. 그런데 원래 쌍문동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함석헌입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함석헌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곳이고, 2015년에는 그 자리에 함석헌 기념관이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함석헌하면 많은 사람들이 씨알사상과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립니다. 특히 이 작품은 어렵지 않고 감동적이어서 대중적으로 친숙해질 수 있었어요.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읽으면 첫째, 함석헌 선생의 사상과 생애가 떠오르면서 이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그리고 둘째, 나에게는 그 사람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끝으로 나는 과연 다른 누군가에게 그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참회의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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