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50) : 우리들의 대통령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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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50)

 


우리들의 대통령 / 임보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비상등을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

맑은 명주 두루마기를 받쳐입고 낭랑히 연두교서를 읽기도 하고, 고운 마고자 차림으로 외국의 국빈들을 환하게 맞기도 하는

더러는 호텔이나 별장에 들었다가도 아무도 몰래 어느 소년 가장의 작은 골방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는

말 많은 의회의 건물보다는 시민들의 문화관을 먼저 짓고, 우람한 경기장보다도 도서관을 더 크게 세우는

가난한 시인들의 시집도 즐겨 읽고, 가끔은 화랑에 나가 팔리지 않은 그림도 더러 사주는

발명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 좋은 상품으로 나라를 기름지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서는 육자배기 한 자락쯤 신명 나게 뽑아대기도 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는 양처럼 부드럽고 불의의 정상배들에겐 범처럼 무서운

야당의 무리들마저 당수보다 당신을 더 흠모하고, 모든 종파의 신앙인들도 그들의 교주보다 당신을 더 받드는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장에서는 어려운 관계의 수뇌들까지도 서로 손을 맞잡게 하여 세계의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어느 날 청와대의 콩크리트 담장들이 헐리고 개나리가 심어지자 세상의 담장이란 담장들은 다 따라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더더욱 재미있는 것은 당신이 수제비를 좋아하자, 농부들이 다투어 밀을 재배하는 바람에 글쎄,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밀 생산국이 되기도 하는

어떠한 중대 담화나 긴급 유시가 없어도 지혜로워진 백성들이 정직과 근면으로 당신을 따르는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리고 아, 동강난 이 땅의 비원을 사랑으로 성취할 그러한 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살아보니 청와대가 감옥이더라라고 했어요. “모두 퇴근하고 집사람하고 둘만 남으면 그런 적막강산이 없다.”라고 했구요. 퇴임 닷새 전엔 기자들에게 “5년 동안 영광의 시간은 짧고,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날마다 거울을 보며 내게 말한다. ‘당신은 아플 자유도 없다라고답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은 고독한 존재이며 자나 깨나 고뇌와 결단의 짐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지도자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가장 으뜸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로 요란 떨지 않게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좋은 지도자는 사람들이 친밀감을 느끼고 그의 치적을 칭송하는 경우입니다. 그다음은 힘과 권력으로 다스리는 독재자로 사람들은 앞에서 복종하지만, 진심으로 복종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쁜 지도자는 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은커녕 업신여김과 비웃음만 사는 지도자라고 했어요. 우리는 최근 최악의 지도자를 뼈저리게 경험한 대가로 대통령을 뽑는 일이 우리 삶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업무 능력에 앞서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인성의 결이 고우며, 인간적 품성이 따사롭고 멋과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시는 말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생전에 지도자는 남을 지도하기보다 남을 섬기는 사람이라야 한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김 추기경은 지도자의 권위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데서 나온다.”라고 했습니다. 이 시의 최초 발표 시기를 보면 아마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된 즈음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시의 구구절절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설렘과 기대로 빼곡합니다. 아직 우리는 노자가 으뜸으로 쳤던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지도자는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주문하는 것들을 잘 귀담아듣고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에게서 감동받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러한 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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