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36) :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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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36)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세상의 모진 바람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때, 한때는 세상에 지는 것 같아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갔을 테지만 이제는 집에 일찍 들어가서,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고 하는군요. 어둠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집. 거긴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을 솟구치게 하는 곳이니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힘을 얻어 보시지요.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아내가 밥 짓는 냄새를 맡아 보구요. 토끼 같은 아이들과 뒹굴면서 놀아 보시지요. 집에서 입는 옷은 허름해도 세상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타인, 욕망, 상처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저 내가 나인 듯 존재하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세요. 이 얼마나 천국 같은 세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이 얼마나 맞이하기 어려운 시간인지 모르구요. 거창하지 않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일과입니까요. 그러니까 오늘만이라도 제발 일찍 집에 들어가세요. 어떻게 보면 매일 계속되는 사소한 일상임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냅니다. 혹시 바쁘다는 핑계로 진짜 많은 걸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요.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진짜 행복입니다요.

 

몇 년 전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이 시를 읽으면서 오래전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시절 가급적 늦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가해야 온전한 직장인이며 대한민국 가장의 참모습인양 비틀거렸습니다. 숱한 경솔과 착오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밖으로만 돌았으며,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어둠이 깊어질 때까지 귀가를 유보했어요. 지금도 직장인들은 아내에게 듣는 가장 빈번한 군소리가 일찍 들어오라는 말이고, 어린 자녀로부터 습관적으로 듣는 아침 인사가 아빠 일찍 와!’일 겁니다. 출근할 땐 그렇겠노라고 쉽게 대꾸하고서는 퇴근길의 가장들이 가장 지키지 못할 약속 또한 집에 일찍 들어가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른 귀가를 주저하고 망설일 때, 이 시를 본다면 훈훈한 정과 따뜻한 밥이 기다리는 집으로 얼른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와락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집에 당도하면 모두가 안녕이고 만사형통이지요.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치면서 모처럼 아빠 노릇도 하는 겁니다.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수다도 섞어서 오순도순 더운 밥 맛나게 먹고서는 뉴스를 함께 보는 거거나, 과일 깎아 먹어가며 드라마를 한 편 보는 것도 탁월하진 않지만 훌륭한 선택이 아닐까요. 이것이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의 모습이 아니겠는지요. 가정의 행복이란 집안 식구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함께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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