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Op. 45 (265)

촛불1.jpg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65)

 

 

265

 

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Op. 45

 


독일어로 번역된 성서를 가사로 취한 일곱 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레퀴엠으로, 독창(소프라노, 바리톤)과 합창(혼성 4), 그리고 2관 편성을 위하여 쓰였습니다. 형식은 일반적인 레퀴엠의 그것을 따르고 있으며, 연주 시간이 거의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이 곡은 다른 레퀴엠처럼 진혼 미사를 위한 전례곡이 아니라, 연주회용 레퀴엠인 것입니다. 또한 브람스는 평소 교회에 잘 나가지 않았으나 스스로 루터교인이라 칭하며 늘 성경을 읽었다고 합니다. 종교를 개인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한 셈인데, 가사 역시 일반적 레퀴엠과는 달리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남은 자들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어 가사에 의한레퀴엠이라는 점입니다. 통상 진혼곡으로 번역되는 레퀴엠은 기독교에서 행해지는 죽은 자를 기리는 미사를 위한 음악입니다. 전례의 식순에 따른 일정한 라틴어 가사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레퀴엠들과는 달리, <독일 레퀴엠>의 가사는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 브람스 자신이 선별한 구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독교 전례의 의식에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가지지 않는 연주회용 종교곡의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브람스는 32살 때였던 1865년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때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음악가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모친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는 황급히 고향 함부르크로 달려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아마도 몹시 망연자실했을 겁니다. 브람스의 아버지인 요한 야코프 브람스는 가난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습니다. 어머니 크리스티아네 니센은 그 남편보다 17살 연상이었던, 역시나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리를 절었습니다. 그래서 브람스의 어린 시절은 고달팠습니다. 천근만근처럼 삶을 옥죄어 왔던 가난, 가장으로서의 능력이 젬병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나이가 많은 데다 장애인이기까지 했던 어머니. 그것이 브람스가 보낸 유소년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브람스는 10대 초반부터 이 술집 저 술집을 떠돌며 아르바이트 연주를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아마도 브람스의 성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緞綃)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유소년기의 체험은 한 인간의 구조를 이루는 기초공사와도 같지요.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끈질기게 힘을 발휘합니다. 브람스의 음악이 보여주는 우울함과 깊은 침잠의 이면에,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내면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유추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렇습니다. 클라라를 향한 연모 때문에 독신을 고집했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해소될 길 없는 가난, 그로 인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화를 목격해야 했던 브람스의 기질적 선택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브람스는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이 깊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빈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슬픔에 빠져 있던 브람스가 같은 해 4월에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악보 하나를 꺼냅니다. 그것이 바로 <독일 레퀴엠 Op. 45>의 출발점입니다. 브람스가 꺼내든 것은 스승이자 선배였던 슈만이 세상을 떠난 1856년 무렵부터 작곡을 시작했던 미완성 악보 <독일 레퀴엠>이었지요. 미완성이라고 해봤자 사실상 운만 띄워놓은 악보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독일 레퀴엠>은 모두 7(악장)입니다. 한데 당시에 브람스가 꺼냈던 악보는 제2곡만 작곡된 상태였지요. 그래서 브람스가 슈만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독일 레퀴엠>을 썼다는 은 설득력 있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보다 분명한 사실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브람스가 이 곡의 작업을 재개했다는 점입니다.

 

작곡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브람스 전기 작가 칼벡은 브람스의 어머니 죽음에 의해 영감을 받았고 곡의 일부는 슈만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브람스는 1865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 곡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간 그는 식어가는 어머니의 손과 헤어진 아버지의 손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브람스는 슬픔에 잠긴 채 제1부와 제4부를 완성하였습니다.

 

한편 제2부는 1954년 슈만이 정신 분열로 자살을 시도하였을 때 클라라를 돌보기 위해 뒤셀도르프로 가는 길에 작곡하였던 악상으로 슈만의 죽음에 대한 감정이 이 곡에 일부 동기 부여를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듣고 클라라는 깊은 감동을 받고 저는 당신의 레퀴엠에 진정으로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그 곡이 지닌 힘은 듣는 이를 감동시키고야 맙니다. 장엄하고 시적인 그 음악에는 사람들을 감격시키기도 하고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브람스는 이듬해에 모두 6(악장)으로 이뤄진 <독일 레퀴엠>을 작곡해 1867년에 그중 세 곡을, 1868년에 여섯 곡을 모두 초연합니다. 한데 뭔가 허전했던 모양입니다. 브람스는 한 곡을 더 작곡합니다. 여섯 곡의 초연을 끝낸 다음에 첨가했던 곡이 바로 제5곡입니다. 소프라노 독창이 전면에 나서고 합창이 은근하게 뒤를 받치는, <독일 레퀴엠> 전곡 가운데 가장 온화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적어도 이 곡에 대해서만큼은 브람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썼다.”라는 설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특히 이사야서 667절을 가사로 삼고 있는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라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음악 비평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1825~1904)는 브람스와 만년에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지요. 한슬리크는 슈만과 브람스로 이어지는 가장 내밀한 세계로 침잠하는 음악의 세계를 옹호했던 비평가입니다. 반면에 독일 낭만주의의 또 하나의 흐름인 바그너풍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판을 퍼부었지요. 한슬리크가 브람스 음악의 요체로 평했던 내면으로의 침잠<독일 레퀴엠>만큼 잘 보여주는 음악도 드뭅니다. 완결판의 초연이 그의 나이 33세인 1869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고 얼마 후 비평가 한슬리크는 가장 순수한 예술적 수단, 즉 영혼의 따스함과 같이 새롭고 위대한 관념, 그리고 가장 고귀한 본성과 순결로 일궈낸 최고의 작품이며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위대한 곡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레퀴엠은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에서 연주되는 교회용 음악이지요. 가사는 대개 라틴어입니다. 하지만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연주회용으로 작곡됐고 가사도 독일어로 이뤄졌습니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거의 10년이 걸렸고, 어머니의 죽음이 전곡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은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독창, 혼성 4부 합창, 그리고 관현악 반주로 이뤄져 있지요. 듣는 입장에서 보면 관건은 역시 노랫말입니다. 가사를 잘 음미하면서 들어보아야 합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가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사는 준비했다가 지면 관계상 생략했읍니다.)





David Zinman(cond), Frankfurt Radio Symphony

Christiane Karg(sop), Nichael Nagy(bariton)

MDR-Rundfunkchor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2,907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2907서건석26.02.1514
2906서건석26.02.1416
2905서건석26.02.1313
2904서건석26.02.1218
2903서건석26.02.1127
2902서건석26.02.1021
2901모하비26.02.0928
2900서건석26.02.0930
2899서건석26.02.0825
2898서건석26.02.0727
2897서건석26.02.0617
2896서건석26.02.0525
2895서건석26.02.0421
2894서건석26.02.0329
2893모하비26.02.0230
2892서건석26.02.0223
2891서건석26.02.0120
2890편영범26.01.3141
2889편영범26.01.3146
2888서건석26.01.3119
2887서건석26.01.3028
2886서건석26.01.2923
2885서건석26.01.2828
2884서건석26.01.2724
2883모하비26.01.2653
2882서건석26.01.2624
2881서건석26.01.2525
2880서건석26.01.2420
2879서건석26.01.2323
2878서건석26.01.2233
2877서건석26.01.2131
2876서건석26.01.2023
2875모하비26.01.1967
2874서건석26.01.1923
2873서건석26.01.1822
2872서건석26.01.1726
2871서건석26.01.1623
2870박인양26.01.1575
2869편영범26.01.1557
2868편영범26.01.1566
2867서건석26.01.1533
2866서건석26.01.1434
2865서건석26.01.1336
2864모하비26.01.1258
2863서건석26.01.1247
2862서건석26.01.1156
2861서건석26.01.1036
2860서건석26.01.0935
2859서건석26.01.0835
2858서건석26.01.0737
2857서건석26.01.0631
2856모하비26.01.0564
2855서건석26.01.0542
2854서건석26.01.0440
2853서건석26.01.0342
2852서건석26.01.0262
2851서건석26.01.0236
2850서건석25.12.3146
2849서건석25.12.3042
2848모하비25.12.2939
2847서건석25.12.2931
2846서건석25.12.2838
2845편영범25.12.2753
2844편영범25.12.2757
2843서건석25.12.2746
2842서건석25.12.2657
2841서건석25.12.2547
2840서건석25.12.2537
2839서건석25.12.2446
2838서건석25.12.2344
2837모하비25.12.2276
2836서건석25.12.2241
2835서건석25.12.2135
2834서건석25.12.2068
2833서건석25.12.1968
2832서건석25.12.1841
2831서건석25.12.1748
2830서건석25.12.1645
2829서건석25.12.1551
2828서건석25.12.1447
2827서건석25.12.1346
2826서건석25.12.1247
2825서건석25.12.1136
2824서건석25.12.1051
2823서건석25.12.0944
2822모하비25.12.0859
2821서건석25.12.0845
2820서건석25.12.0753
2819서건석25.12.0648
2818모하비25.12.0554
2817서건석25.12.0549
2816서건석25.12.0446
2815서건석25.12.0345
2814박인양25.12.0295
2813서건석25.12.0254
2812모하비25.12.0156
2811서건석25.12.0142
2810서건석25.11.3039
2809편영범25.11.2986
2808서건석25.11.2946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