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Op. 45 (265)
- 서건석
- 2025.02.13 05:30
- 조회 31
- 추천 0
▣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65)
265
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Op. 45
♬ 독일어로 번역된 성서를 가사로 취한 일곱 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레퀴엠으로, 독창(소프라노, 바리톤)과 합창(혼성 4부), 그리고 2관 편성을 위하여 쓰였습니다. 형식은 일반적인 레퀴엠의 그것을 따르고 있으며, 연주 시간이 거의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이 곡은 다른 레퀴엠처럼 진혼 미사를 위한 전례곡이 아니라, 연주회용 레퀴엠인 것입니다. 또한 브람스는 평소 교회에 잘 나가지 않았으나 스스로 루터교인이라 칭하며 늘 성경을 읽었다고 합니다. 종교를 개인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한 셈인데, 가사 역시 일반적 레퀴엠과는 달리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남은 자들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어 가사에 의한’ 레퀴엠이라는 점입니다. 통상 ‘진혼곡’으로 번역되는 ‘레퀴엠’은 기독교에서 행해지는 ‘죽은 자를 기리는 미사’를 위한 음악입니다. 전례의 식순에 따른 일정한 라틴어 가사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레퀴엠’들과는 달리, 이 <독일 레퀴엠>의 가사는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 브람스 자신이 선별한 구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독교 전례의 의식에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가지지 않는 ‘연주회용 종교곡’의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브람스는 32살 때였던 1865년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때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음악가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모친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는 황급히 고향 함부르크로 달려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아마도 몹시 망연자실했을 겁니다. 브람스의 아버지인 요한 야코프 브람스는 가난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습니다. 어머니 크리스티아네 니센은 그 남편보다 17살 연상이었던, 역시나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리를 절었습니다. 그래서 브람스의 어린 시절은 고달팠습니다. 천근만근처럼 삶을 옥죄어 왔던 가난, 가장으로서의 능력이 젬병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나이가 많은 데다 장애인이기까지 했던 어머니. 그것이 브람스가 보낸 유소년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브람스는 10대 초반부터 이 술집 저 술집을 떠돌며 아르바이트 연주를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아마도 브람스의 성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緞綃)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유소년기의 체험은 한 인간의 구조를 이루는 기초공사와도 같지요.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끈질기게 힘을 발휘합니다. 브람스의 음악이 보여주는 우울함과 깊은 침잠의 이면에,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내면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유추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렇습니다. 클라라를 향한 연모 때문에 독신을 고집했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해소될 길 없는 가난, 그로 인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화를 목격해야 했던 브람스의 기질적 선택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브람스는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恨)이 깊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빈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슬픔에 빠져 있던 브람스가 같은 해 4월에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악보 하나를 꺼냅니다. 그것이 바로 <독일 레퀴엠 Op. 45>의 출발점입니다. 브람스가 꺼내든 것은 스승이자 선배였던 슈만이 세상을 떠난 1856년 무렵부터 작곡을 시작했던 미완성 악보 <독일 레퀴엠>이었지요. 미완성이라고 해봤자 사실상 운만 띄워놓은 악보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독일 레퀴엠>은 모두 7곡(악장)입니다. 한데 당시에 브람스가 꺼냈던 악보는 제2곡만 작곡된 상태였지요. 그래서 브람스가 슈만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독일 레퀴엠>을 썼다는 ‘설’은 설득력 있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보다 분명한 사실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브람스가 이 곡의 작업을 재개했다는 점입니다.
작곡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브람스 전기 작가 칼벡은 브람스의 어머니 죽음에 의해 영감을 받았고 곡의 일부는 슈만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브람스는 1865년 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 곡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간 그는 식어가는 어머니의 손과 헤어진 아버지의 손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브람스는 슬픔에 잠긴 채 제1부와 제4부를 완성하였습니다.
한편 제2부는 1954년 슈만이 정신 분열로 자살을 시도하였을 때 클라라를 돌보기 위해 뒤셀도르프로 가는 길에 작곡하였던 악상으로 슈만의 죽음에 대한 감정이 이 곡에 일부 동기 부여를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듣고 클라라는 깊은 감동을 받고 “저는 당신의 레퀴엠에 진정으로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그 곡이 지닌 힘은 듣는 이를 감동시키고야 맙니다. 장엄하고 시적인 그 음악에는 사람들을 감격시키기도 하고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브람스는 이듬해에 모두 6곡(악장)으로 이뤄진 <독일 레퀴엠>을 작곡해 1867년에 그중 세 곡을, 1868년에 여섯 곡을 모두 초연합니다. 한데 뭔가 허전했던 모양입니다. 브람스는 한 곡을 더 작곡합니다. 여섯 곡의 초연을 끝낸 다음에 첨가했던 곡이 바로 제5곡입니다. 소프라노 독창이 전면에 나서고 합창이 은근하게 뒤를 받치는, <독일 레퀴엠> 전곡 가운데 가장 온화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적어도 이 곡에 대해서만큼은 “브람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썼다.”라는 설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특히 이사야서 66장 7절을 가사로 삼고 있는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라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음악 비평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1825~1904)는 브람스와 만년에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지요. 한슬리크는 슈만과 브람스로 이어지는 “가장 내밀한 세계로 침잠하는 음악의 세계”를 옹호했던 비평가입니다. 반면에 독일 낭만주의의 또 하나의 흐름인 바그너풍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판을 퍼부었지요. 한슬리크가 브람스 음악의 요체로 평했던 ‘내면으로의 침잠’을 <독일 레퀴엠>만큼 잘 보여주는 음악도 드뭅니다. 완결판의 초연이 그의 나이 33세인 1869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고 얼마 후 비평가 한슬리크는 “가장 순수한 예술적 수단, 즉 영혼의 따스함과 같이 새롭고 위대한 관념, 그리고 가장 고귀한 본성과 순결로 일궈낸 최고의 작품이며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위대한 곡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레퀴엠’은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에서 연주되는 교회용 음악이지요. 가사는 대개 라틴어입니다. 하지만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연주회용으로 작곡됐고 가사도 독일어로 이뤄졌습니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거의 10년이 걸렸고, 어머니의 죽음이 전곡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은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독창, 혼성 4부 합창, 그리고 관현악 반주로 이뤄져 있지요. 듣는 입장에서 보면 관건은 역시 노랫말입니다. 가사를 잘 음미하면서 들어보아야 합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가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사는 준비했다가 지면 관계상 생략했읍니다.)
David Zinman(cond), Frankfurt Radio Symphony
Christiane Karg(sop), Nichael Nagy(bariton)
MDR-Rundfunkchor
- 전체1건(96 KB) 모두 저장
2,907개의 글
| 글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조회 |
|---|---|---|---|---|
| 2907 | 서건석 | 26.02.15 | 14 | |
| 2906 | 서건석 | 26.02.14 | 16 | |
| 2905 | 서건석 | 26.02.13 | 13 | |
| 2904 | 서건석 | 26.02.12 | 18 | |
| 2903 | 서건석 | 26.02.11 | 27 | |
| 2902 | 서건석 | 26.02.10 | 21 | |
| 2901 | 모하비 | 26.02.09 | 28 | |
| 2900 | 서건석 | 26.02.09 | 30 | |
| 2899 | 서건석 | 26.02.08 | 25 | |
| 2898 | 서건석 | 26.02.07 | 27 | |
| 2897 | 서건석 | 26.02.06 | 17 | |
| 2896 | 서건석 | 26.02.05 | 25 | |
| 2895 | 서건석 | 26.02.04 | 21 | |
| 2894 | 서건석 | 26.02.03 | 29 | |
| 2893 | 모하비 | 26.02.02 | 30 | |
| 2892 | 서건석 | 26.02.02 | 23 | |
| 2891 | 서건석 | 26.02.01 | 20 | |
| 2890 | 편영범 | 26.01.31 | 41 | |
| 2889 | 편영범 | 26.01.31 | 46 | |
| 2888 | 서건석 | 26.01.31 | 19 | |
| 2887 | 서건석 | 26.01.30 | 28 | |
| 2886 | 서건석 | 26.01.29 | 23 | |
| 2885 | 서건석 | 26.01.28 | 28 | |
| 2884 | 서건석 | 26.01.27 | 24 | |
| 2883 | 모하비 | 26.01.26 | 53 | |
| 2882 | 서건석 | 26.01.26 | 24 | |
| 2881 | 서건석 | 26.01.25 | 25 | |
| 2880 | 서건석 | 26.01.24 | 20 | |
| 2879 | 서건석 | 26.01.23 | 23 | |
| 2878 | 서건석 | 26.01.22 | 33 | |
| 2877 | 서건석 | 26.01.21 | 31 | |
| 2876 | 서건석 | 26.01.20 | 23 | |
| 2875 | 모하비 | 26.01.19 | 67 | |
| 2874 | 서건석 | 26.01.19 | 23 | |
| 2873 | 서건석 | 26.01.18 | 22 | |
| 2872 | 서건석 | 26.01.17 | 26 | |
| 2871 | 서건석 | 26.01.16 | 23 | |
| 2870 | 박인양 | 26.01.15 | 75 | |
| 2869 | 편영범 | 26.01.15 | 57 | |
| 2868 | 편영범 | 26.01.15 | 66 | |
| 2867 | 서건석 | 26.01.15 | 33 | |
| 2866 | 서건석 | 26.01.14 | 34 | |
| 2865 | 서건석 | 26.01.13 | 36 | |
| 2864 | 모하비 | 26.01.12 | 58 | |
| 2863 | 서건석 | 26.01.12 | 47 | |
| 2862 | 서건석 | 26.01.11 | 56 | |
| 2861 | 서건석 | 26.01.10 | 36 | |
| 2860 | 서건석 | 26.01.09 | 35 | |
| 2859 | 서건석 | 26.01.08 | 35 | |
| 2858 | 서건석 | 26.01.07 | 37 | |
| 2857 | 서건석 | 26.01.06 | 31 | |
| 2856 | 모하비 | 26.01.05 | 64 | |
| 2855 | 서건석 | 26.01.05 | 42 | |
| 2854 | 서건석 | 26.01.04 | 40 | |
| 2853 | 서건석 | 26.01.03 | 42 | |
| 2852 | 서건석 | 26.01.02 | 62 | |
| 2851 | 서건석 | 26.01.02 | 36 | |
| 2850 | 서건석 | 25.12.31 | 46 | |
| 2849 | 서건석 | 25.12.30 | 42 | |
| 2848 | 모하비 | 25.12.29 | 39 | |
| 2847 | 서건석 | 25.12.29 | 31 | |
| 2846 | 서건석 | 25.12.28 | 38 | |
| 2845 | 편영범 | 25.12.27 | 53 | |
| 2844 | 편영범 | 25.12.27 | 57 | |
| 2843 | 서건석 | 25.12.27 | 46 | |
| 2842 | 서건석 | 25.12.26 | 57 | |
| 2841 | 서건석 | 25.12.25 | 47 | |
| 2840 | 서건석 | 25.12.25 | 37 | |
| 2839 | 서건석 | 25.12.24 | 46 | |
| 2838 | 서건석 | 25.12.23 | 44 | |
| 2837 | 모하비 | 25.12.22 | 76 | |
| 2836 | 서건석 | 25.12.22 | 41 | |
| 2835 | 서건석 | 25.12.21 | 35 | |
| 2834 | 서건석 | 25.12.20 | 68 | |
| 2833 | 서건석 | 25.12.19 | 68 | |
| 2832 | 서건석 | 25.12.18 | 41 | |
| 2831 | 서건석 | 25.12.17 | 48 | |
| 2830 | 서건석 | 25.12.16 | 45 | |
| 2829 | 서건석 | 25.12.15 | 51 | |
| 2828 | 서건석 | 25.12.14 | 47 | |
| 2827 | 서건석 | 25.12.13 | 46 | |
| 2826 | 서건석 | 25.12.12 | 47 | |
| 2825 | 서건석 | 25.12.11 | 36 | |
| 2824 | 서건석 | 25.12.10 | 51 | |
| 2823 | 서건석 | 25.12.09 | 44 | |
| 2822 | 모하비 | 25.12.08 | 59 | |
| 2821 | 서건석 | 25.12.08 | 45 | |
| 2820 | 서건석 | 25.12.07 | 53 | |
| 2819 | 서건석 | 25.12.06 | 48 | |
| 2818 | 모하비 | 25.12.05 | 54 | |
| 2817 | 서건석 | 25.12.05 | 49 | |
| 2816 | 서건석 | 25.12.04 | 46 | |
| 2815 | 서건석 | 25.12.03 | 45 | |
| 2814 | 박인양 | 25.12.02 | 95 | |
| 2813 | 서건석 | 25.12.02 | 54 | |
| 2812 | 모하비 | 25.12.01 | 56 | |
| 2811 | 서건석 | 25.12.01 | 42 | |
| 2810 | 서건석 | 25.11.30 | 39 | |
| 2809 | 편영범 | 25.11.29 | 86 | |
| 2808 | 서건석 | 25.11.29 | 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