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13) : 겨울 숲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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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13)

 

 

겨울 숲 / 신경림

 

 

굴참나무 허리에 반쯤 박히기도 하고

물푸레나무를 떠받치기도 하면서

엎드려 있는 나무가 아니면

겨울 숲은 얼마나 싱거울까

산짐승들이나 나무꾼들 발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굴다가

묵밭에 가서 처박힌 돌멩이들이 아니면

또 겨울 숲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뭇가지에 걸린 하얀 낮달도

낮달이 들려주는 얘기와 노래도

한없이 시시하고 맥없을 게다

골짜기 낮은 곳 구석진 곳만을 찾아

잦아들 듯 흐르는 실개천이 아니면

겨울 숲은 얼마나 메마를까

바위틈에 돌 틈에 언덕배기에

모진 바람 온몸으로 맞받으며

눕고 일어서며 버티는 마른 풀이 아니면

또 겨울 숲은 얼마나 허전할까

 

 

  

아름다운 겨울 산, 멋진 겨울 풍경을 찾아 떠나는 겨울 여행, 많은 이들이 그런 쪽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 시인은 쓰러진 나무, 묵밭에 처박힌 돌멩이, 나뭇가지에 걸린 낮달, 잦아들듯 흐르는 실개천, 바람에 일어섰다 누웠다 하며 겨울을 버티는 마른 풀 같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왜 눈을 돌렸을까요? 그러면서 이 쓰러진 나무마저 없다면 겨울 숲은 얼마나 싱거울까 하는 생각을 왜 가졌을까요? 다른 것들은 다 우뚝하게 솟아 있는데 혼자 쓰러져 있는 사람들, 생존 경쟁의 발길에 채여 처박힌 돌멩이처럼 못난 사람들, 낮고 구석진 곳만을 찾아 떠다니는 사람들, 한밤중에 환하게 떠서 만인의 주목을 끄는 보름달 같은 존재는 못되고 낮달처럼 떠서 남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버둥대지만 한없이 약하고 힘없는 마른 풀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메마르거나 허전하지 않은 겁니다. 세상은 높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만의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요. 하찮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다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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