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05) : 눈 오는 마을 / 김용택

설경18.jpg



나의 애독시(205)

 

 

눈 오는 마을 / 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어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

 

 

 

눈 오는 마을의 정경은 아주 낯익은 것이고 유년의 기억 속에서도 뿌예지지 않은 사진과도 같습니다.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었던 사실입니다만, 눈 오는 날 새삼스럽게 새로운 사실처럼 다가옵니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도 /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것입니다. 눈 오는 저녁에는 환한 기운이 돕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발을 헤치고 들어다보면 /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 하나 없다는 것은 사실의 진술이나 삶에 대한 진솔한 통찰력이 겹쳐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욕심 없이 여유자적하게 눈 오는 모습을 바라다보는 시인에게 떠오르는 깨달음이기도 하겠지요. 눈 내린 한적한 시골 풍경에서나 가져봄직한 느낌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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