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odin /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 (232)
- 서건석
- 2025.01.11 06:20
-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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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32)
232
♣ Borodin(1833~1887) /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In the Steppes of Central Asia)
♬ 보로딘은 오케스트라 악보의 첫 장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끝을 모르는 중앙아시아의 광야로부터 향수에 젖은 아련한 선율의 평화스러운 러시아의 노래가 들려온다. 낙타의 발굽 소리가 동양의 가락과 함께 멀리서 들려온다. 저 멀리 한없이 걷고 있는 카라반 행렬의 낙타 발굽 소리에 섞여 낯선 바람이 들려주는 동방의 노래와 함께 상인들은 점차 멀리 가버린다. 평화스러운 러시아인의 노래와 유목민들의 노랫소리가 하나가 되어 초원의 바람 속에 여름을 남긴다. 그들은 아스라이 먼 곳으로 사라져 간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한 사람인 보로딘은 누구보다 동양적인 색채를 강하게 지닌 이색적인 작곡가입니다. 그는 평생 화학자의 길을 걷는 한편 기예(技藝) 삼아 작곡을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일요일 작곡가’라 칭했고, 그래서 그가 완성한 작품은 극히 적습니다. 그러나 1862년 발라키레프를 알게 된 이후의 작품은 러시아 음악의 굴지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많으며, ‘5인조’ 중에서 가장 먼저 국제적인 명성을 날렸습니다.
러시아 국민학파 5인조는 이탈리아의 오페라와 독일오페라를 비롯한 서유럽음악이 압도적이던 당시 러시아음악계에 러시아 국민 음악의 확립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 세력으로 대두되어 러시아 음악사상 커다란 구심점을 형성했습니다. 5인의 작곡가는 근본적으로 일치하는 창작 및 작곡 원리에 따라 각자 개성적인 작품을 썼습니다.
1880년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즉위 25주년이 되는 해로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하나로 황제 재위 중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활인화(活人畫, living picture)하여 공연할 계획이 있었는데, 각 장면에 따른 부수 음악의 작곡을 12명의 러시아 작곡가에게 의뢰하였습니다. 이 곡은 그중 하나입니다. 무소륵스키는 <터키 행진곡>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합창과 관현악을 위한 찬가>를 작곡했으나 이 공연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 곡의 원제는 단순히 ‘중앙아시아에서’(In Central Asia)로 되어 있었으나, 유럽에서 공연했을 때 번역된 제목에 ‘초원’(steppe)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졌습니다. 프란츠 리스트는 보로딘의 작품을 극찬한 바 있는데, 1881년 바이마르에 머물고 있던 리스트를 방문했을 때 보로딘은 이 작품을 경외하는 대작곡가에게 헌정했습니다.
보로딘은 참으로 재주가 많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러시아의 화학자로 음악은 그에게 여가를 즐기기 위한 작업이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루지야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농노였던 프르피리 보로딘의 아들로 입적되어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났습니다. 그의 음악에 있어서의 동양적 요소는 이 같은 혈통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중앙아시아적인, 동양적인 이성과 정취가 농후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국민주의로 인해 서구 음악 형식도 다분히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와 첼로를 비롯하여 여러 악기를 배우고 9세 때 폴카를, 13세 때 플루트 협주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페테르부르크 의과대학에서 화학과 약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병리학 교수 조수로 근무하며 의학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그 후 화학 연구를 위해 하이델베르크대학에 유학했을 당시 서유럽 각지의 음악 특히 낭만파음악을 접하게 됩니다.
귀국 후 모교의 화학 담당 교수로 재직하면서 29세 때는 발라키레프에게 작곡법을 배워 음악인으로서 보다 많은 소양을 쌓았습니다. 그의 권유에 따라 러시아 국민 음악에 적극 참여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과학자로서의 교수와 연구, 여성 의학을 위한 많은 사회 활동에 분망했기 때문에 작곡은 휴가나 병으로 누웠을 때에 주로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이 당시 발라키레프와 큐이, 무소륵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등과 함께 러시아 5인조 멤버가 된 그는 국민 음악에 동참했습니다. 리스트로부터 작품에 대한 격찬을 받았고, 1880년 교육계에 파급됐던 반동화 정책과 아내의 병으로 창작활동이 점차 줄어들다 1887년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보로딘은 러시아 역사의 민족적 영웅에서 제재를 구하고, 러시아와의 일체감을 위하여 동방 여러 민족의 음악을 연구하여 동방 음악의 특이한 음계, 리듬, 화성, 선율의 요소를 도입한 동양적 시정이 넘치는 음악을 창출했습니다. 또한 그는 국민악파의 작곡가로서는 특이하게 실내악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고전적 구성을 나타내는 서정적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의 <현악 4중주 제2번>은 지금도 현악 4중주의 수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곡은 현악기 고음으로 광활하고 고독한 초원이 표현되고 뒤이어 목관악기들로 시작되는 러시아의 노래, 말과 낙타의 발굽 소리, 동방의 노래 등을 순서대로 들려주고 이들을 화합시키다가 멀리 사라지면서 조용히 러시아의 노래로 끝맺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눈앞에서 중앙아시아의 평야가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이는 듯하고, 낙타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러시아 병사들의 행진과 아라비아 상인들의 여정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렇게 사실적이고 세밀한 음악적 묘사는 마치 이 모든 광경을 한 편의 그림으로 보여 주는 듯 생생합니다. 러시아 민요풍의 선율과 동양적인 선율이 동시에 쓰이고 있는 음악으로 작곡가 자신의 머릿속에 펼쳐진 중앙아시아의 초원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곡을 교향시로 분류하지만 관념보다 사실의 묘사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더 구체적으로 교향적 음화(音畵, Symponic Picture)라고 성격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곡은 2/4박자, 알레그레토 콘 모토의 템포가 일관되면서 광활하고 단조로운 초원의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선 두 명의 바이올린 솔로가 옥타브로 연주하는 E음의 약한 지속음으로 곡이 시작되고, 플루트와 오보에로 이어지면서 클라리넷이 ‘러시아의 노래’를 연주합니다. 그 뒤를 이어 같은 선율을 호른이 반복하면서 사라지면 첼로와 비올라가 피치카토로 말과 낙타의 발굽 소리를 표현함으로써 상인들의 행렬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립니다. 관악기가 가세하면서 다양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동안, 잉글리시 호른이 투르키스탄 풍의 ‘동방의 선율’을 연주하는데, 여기서 바이올린의 지속적인 E음은 합주로 이어집니다.
발굽 소리는 더욱 거세어지고 ‘러시아의 노래’가 화성적으로 처리되어 나타나면서 결국 총주로 이어져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됩니다. 발자국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한 쌍을 이루어 울려 퍼지고 다시 ‘동방의 선율’이 첼로를 동반한 잉글리시 호른으로 연주됩니다. 계속해서 바이올린 유니슨이 고조되어 이를 반복하고, 비올라와 첼로의 유니슨이 이어지고 나면 오보에가 ‘러시아의 노래’를, 바이올린이 ‘동방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대위법적으로 편성된 다음, 이윽고 총주 속에서 발전되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다시 피치카토에 의한 말발굽 소리, ‘러시아의 노래’ 모티프가 드문드문 계속 연주되면서 곡은 조용해지고 상인들의 행렬은 먼 지평선으로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노래’가 플루트의 피아니시모(pp, 매우 여리게)로 연주되면서 끝을 맺습니다.
Nicoletta Moss(cond)
University of Kentucky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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