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94) : 추야장장 / 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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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194)

 

 

추야장장 / 고재종

 

 

밭작물 모두 거두고

늦보리 갈았던 동석이 아저씨

오후엔 텃밭에 마늘을 심다가

해설피 마음마저 고단할 즈음

허리 삐긋한 아내

그만 땅바닥에 자지러지는 걸 보곤

일 년 열달 소모냥 부려먹고

약재 한 첩 못 달여준 자괴 깊어

그 즉시 닭장으로 달려가

씨암탉 한 마리 모가지 비틀고

묵은 마늘 한 사발 까 넣고

손수 장작을 패서 닭죽을 고아선

큰놈 작은 놈 모두 잠든 오밤중

아내 깨워 한 양푼 닭죽 먹이곤

자기도 닭다리랑 흠씬 뜯고는

어찌 그다지도 곱게 눈 흘기는 아내

그 흙내나는 가슴팍에 꼬옥 껴안고 왈

사내놈만 둘이라 안되겠더라

당신 같은 딸 하나만 더 뽑으라며

그만 아내의 속고쟁이 와락 벗기니

그 아내 도대체 마다하지도 않고

그 아내 도대체 마다하지도 않고

온몸 속속히 열어 그의 씨앗 받으니

오호 뒷방에 앉혀둔 홍시도 고이 익는

추야장장 긴긴 밤 눈물도 깊은 밤

 

 

 

땅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부부간의 건강한 성(), 새 생명의 잉태를 향한 성이 제시되고 있지요. 조금도 도발적이지 않고, 조금도 격정적이지 않은 다정다감한 성이 풋풋하게 그려지고 있네요. 어찌 보면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본능의 성이 아닐까요. 요즘은 자주 도발적이고 변태적(?)인 성이 문학이나 영화에 주제로 다루어지기에, 이런 순수한 정서로 그려지는 성을 시시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네요.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을 드러내는 분위기보다는 불합리하고 노골적인 성을 즐기려고 하는 심사는 사실 속물근성에 다름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만, 귀에 닿지 않는 소용없는 말로 들리겠지요. 괜히 자극적인 것만 솔깃해 할 뿐이지요. 몸도 이냥저냥 예전 같지 않은 걸 알고는 있지만, 뒷방에 앉혀둔 홍시도 고이 익는 이 추야장장에 이 내 몸은 우찌 이 모양인고? 오늘 저녁은 닭다리라도 흠씬 뜯어볼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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