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mann / Piano Quartet Op. 47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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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23)

 

 

223

 

Schumann / Piano Quartet Op. 47

 


슈만은 슈베르트, 멘델스존과 동시대의 사람으로 지금은 작곡가로서 유명하지만, 그 당시에는 음악 비평 잡지를 발간하는 등, 글을 쓰고 미래의 음악가를 발굴해 내는 비평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특히 부인 클라라와의 결혼은 장인과의 법정 소송까지 가서 싸워 이기는 등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닌 점을 보여주는데요, 그렇게 원하던 결혼에 성공했는데도 불운하게 정신병으로 인해 라인강에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정신병원에서 인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마음에 남아,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는 것을 보면 예술의 힘은 역시 대단하지요. 슈만은 쇼팽과 브람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잡지에 글을 써서 젊은 음악가의 등단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클라라(Clara Schumann, 1819~1896)는 슈만의 스승인 비크의 딸이자 피아노 신동이었으며 장래가 유망한 여성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소중한 딸을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음악가에게 시집보내기 싫었던 비크는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남녀는 서신으로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클라라가 18세 되던 해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하려고 했지만, 비크의 반대에 부딪혔고 3년에 걸친 투쟁 끝에 법정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법정의 허가를 받아내게 됩니다.

 

이러한 그들의 격정적인 사랑의 성공은 슈만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840, 오랜 어려움 끝에 결혼에 성공한 그는, 이 행복한 결혼이 슈만의 창작열에 불을 지폈고 그해 140여 곡의 가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이는 그의 작곡 인생 중 가곡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해였으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가곡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해는 이른바 가곡의 해(Liederjahr)’로 사랑하는 신부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 미르테의 꽃(Myrthen)’을 비롯해 슈만의 대표적인 연가곡인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 Op. 24)’,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 48)’, ‘여인의 사랑과 인생(Frauen Liebe und Leben)’ 등을 작곡했습니다.

 

슈만은 한 장르의 작품을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작곡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슈만은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연구하여, 이른바 슈만의 실내악의 해로 불리는 1842년에 3곡의 <현악 4중주 Op. 41>, <피아노 5중주곡 Op. 44>, <피아노 4중주곡 Op. 47> 등을 썼습니다. 한 달여 만에 피아노 5중주곡을 완성한 슈만은 그해 12월에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악보는 1845년까지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5중주곡을 완성한 며칠 뒤 피아노 <4중주곡 Op. 47>을 쓰기 시작해서 불과 며칠 만에 완성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두 작품은 악상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나 <4중주곡>에서 대위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보다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4중주곡은 5중주곡을 완성한 직후에 작곡되었습니다. 피아노 5중주곡이 완성된 것인 18421016일이었고, 이 곡의 스케치가 시작된 것은 1024일이었습니다. 스케치는 1030일에 마무리되었고, 전곡의 악보는 1126일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5중주곡을 쓰는 동안 떠올랐던 다른 방향의 아이디어들이 이 곡에 투입되었을 가능성 때문입니다. 슈만은 이 곡을 5중주곡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로 썼는데, 일단 전반적으로 한결 경쾌한 성향을 띠는 것은 5중주곡에 비해 4중주곡이 가지는 텍스처의 두께와 무게가 경감된 데 기인한다 하겠습니다. 이것은 또한 이 곡에 사용된 네 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사이에 보다 고른 균형을 가져와 악상이 보다 미묘하고 정제된 형태로 다듬어진 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간 두 악장의 순서가 5중주곡의 느린 악장 - 스케르초 악장에서 스케르초 악장 느린 악장으로 변경된 부분도 눈에 띄는데, 이 가운데 더없이 매혹적인 안단테 칸타빌레 악장의 주제는 슈만이 남긴 가장 감성적인 선율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해에 연달아 탄생한 일련의 작품 중 <피아노 4중주곡><피아노 5중주곡>은 자매곡으로 불려도 무방합니다. 같은 해에 연이어 작곡된 데다가 같은 E플랫 장조이기 때문에 그렇지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한 달 앞서 완성한 <피아노 5중주곡>에서 누락된 멜로디가 피아노 사중주곡에 활용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추측에 불과합니다.

 

<피아노 4중주><피아노 5중주>E플랫 장조로 조성이 같으나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피아노 5중주>는 화려하고 경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데 비해 <피아노 4중주>는 비장미가 흐르는 서정적인 곡입니다. 네 개의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바이올린의 비브라토가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며, 특히 제3악장은 애절한 사랑의 서정이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피아노 4중주곡>은 바로 앞서 완성된 <피아노 5중주곡>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조차 5중주곡은 완성 직후부터 연주하기 시작하여 평생 동안 남편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자주 무대에 올렸으나, 4중주곡은 완성 후 7년이 지나서야 대중 앞에서 처음 연주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슈만 자신은 이 4중주곡에 대해서 매우 매력적이며, 5중주곡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피아노 4중주 장르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사실 이 곡이 작곡될 때만 하더라도 오늘날과는 달리 피아노 4중주가 피아노 5중주보다 일반적인 장르였지만, 다분히 실용적이거나 유희적인 용도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만은 이 장르에 사뭇 진지한 자세로 접근하여 모차르트 이후 단연 돋보이는 수확을 거두어 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업적은 그의 멘티였던 요하네스 브람스에게로 계승되었습니다.





Daishin Kashimoto(vn), Gilad Karni(va), Sol Gabetta(vc), Nelson Goern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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