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83) : 기차는 간다 / 허수경
- 서건석
- 2024.12.2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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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183)
♬ 기차는 간다 /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 기차는 원래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지만, 여기의 기차는 특이하게도 시간과 시간 사이를 이동하고 있지요. 기차가 스쳐가는 소리에 꽃이 지고, 그리움도 가고, 세월도 가고, 우리네 인생도 흘러가기 마련인 것이지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처럼 갈 것은 가고 남아 있을 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그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의 기차를 꿈꾸기도 하나 봅니다. 그러나 시인은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의 구절을 통해 시간의 기차는 누구나 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 같군요. 그런데 마지막 행,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의 의미를 알 듯하면서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망설여지네요, 한번 각자가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 요즘이야 흔치 않은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차역은 가장 대표적인 이별의 장소였었지요. 그래서 기적 소리를 남기며 야속하게 사라져가는 기차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늘 힘겨웠던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기차를 떠올리면 추억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오래전 먼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이도 있겠지만 아주 가서 오지 않는 이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추억은 그리움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떠나고 오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며 지금도 역 출구 앞을 서성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메일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떠나간 사람의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기다림이 있어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지요. 이 시는 그렇게 절절합니다. 아주 짧은 시이지만 그 여운은 상당히 깁니다. 모든 지나간 자리에는 남아 있는 이의 아픔이 있습니다. 기차와 밤꽃과 꽃자리가 시인을 아프게 합니다. 추억은 기차가 통과한 내 몸 같은 것이기에 시인의 그리움은 상처가 되어 그것을 보듬어 안는 것일까요. 마지막 시 구절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 이 시를 여기에 올린 지 세월이 10년도 더 지나갔어요. 이제야 다시 읽으니 다른 각도로 읽는 눈이 틔었습니다. 이 시는 읽을수록 재미있는 시입니다. 기차와 터널, 밤꽃 향기와 치자꽃 향기, 남성과 여성. 이쯤의 연장선상에서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그렇지요. 이 시에서 기차나 밤꽃은 남성적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겁니다요. 각각 남성과 정액의 냄새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 몸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하는 구절과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와 같은 표현은 육체적 사랑을 뜻하는 것이지요. 밤꽃은 남자, 꽃자리는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낸 자리에 남은 추억이지요. ‘내 몸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라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은유하면 할수록 기차가 그의 것이 되고, 나는 터널이 됩니다. 추억하거니, 몸의 사랑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사랑이 정신적인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지만 실은 섹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서로를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신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후에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포용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봅니다. 결국 포용에 이르기 전에 어떤 상처나 아픔이나 조건에 따라 헤어진 사람들은 그리운 것들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남자와 여자가 몸이 닮는다는 것은 이제 늙어 쓸모없어진 몸을 가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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