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75) : 참회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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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175)

 

 

참회 / 김남조

 


사랑한 일만 빼곤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 다오

 

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 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 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피도 젊어져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

 

 

 

사랑의 끝은 이렇듯 아픈 참회이거나 지독한 원망입니다. 사랑의 책임을 안으로 돌리면 참회가 되고, 밖으로 돌리면 원망이 되는 거지요. 참회하는 일은 회초리로 자신을 세차게 때리는 일입니다. 시의 어투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뉘우침의 의지가 단호합니다. 준열합니다. 아무래도 사랑이란 솜사탕처럼 허황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보다 단단하게 나를 다스리는 일, 그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겨우내 돌 위에서 / 울음 울듯 겨울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참회 없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지요. 참회는 흘러내리는 눈물이 아니라, 참된 사랑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는 시인의 결단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봄은 희망을 노래하는 계절인데, 참회를 다짐하는 시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군요. 참회 없는 희망은 어쩌면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죄의식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고백하는 참회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과 실패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준열한 판결을 요구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참회를 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는 판결을 감수하는 시인의 고백을 통해 진정한 참회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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