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67) : 소포 / 이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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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167)

 

소포 / 이성선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 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산빛이 그의 가슴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소포를 보내는 일이나 받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렙니다. 이 시에선 아주 색다른 소포를 님에게 보냅니다. 한지에 싼 노란 들국화 몇 송이가 그것입니다. 그것도 하늘과 바람이 피게 한 꽃송이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것을 님에게 보낸다는 것은 하늘 즉 우주적 신비함을 나누어 가질 자격이 있다는 얘기일 테죠. 사람까지도 연봉 얼마짜리로 따지는 요즘 세상, 인정(人情)은 사라지고 이해관계만이 판치는 요즘, 교감은 없어지고 서로 연락이 끊겨 닫힌 상태로 사는 지금, 이 시가 들려주는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지요. 저는 가을이 오면 노란 들국화 몇 송이를 한지에 싸서 보낼 생각도 감히 못했지만, 보낼 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요, 당신은?


 

당신께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김영란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받게 되실 이 소포는 수상한 거래의 조건으로 보내는 사과 상자도 아니고, 케익 상자도 아니고, 위험한 물건은 더더욱 아닙니다.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 비밀히보내드리고 싶은 이 소포를 받게 되실 당신께선 비록 땅에 발붙이고 아웅다웅 가난하게 사는 삶일지라도, 태양의 운행이 일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늘길을 열어주고, 구름의 자유로운 여행을 방해하지 않으며, 바다의 물때를 돌보는 달의 운행을 보살피고, 백만 광 년 전 떠나온 별들이 눈물처럼 반짝이며 잠 못 드는 사람들 창가에서 친구 해주고, 계절의 운행에 따르는 지상의 생명들 일생을 묵묵히 지켜주는 하늘의 섭리를 통찰할 줄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정작의 이유는’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한 송이 노란 들국화가 어떻게 폭설과 한파를 견디고, 가뭄과 땡볕과 태풍과 폭우를 견디고,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피어있는지 알고 있기에, 소포를 받게 되는 당신은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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