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 Symphony No. 4 ‘Italian’ Op. 90 (196)
- 서건석
- 2024.12.06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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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196)
196
♣ Mendelssohn / Symphony No. 4 ‘Italian’ Op. 90
♬ 음악사에 길이 남는 명곡들 중에는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도시나 나라의 이름이 부제로 붙은 작품들은 대부분 작곡가의 여행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은데,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도 작곡가의 이탈리아 여행으로부터 시작된 작품입니다.
멘델스존은 여행을 좋아했던 음악가였습니다. 집안 환경도 부유해서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었기에 그는 일생 동안 세계 각지의 많은 곳에 가볼 수 있었습니다. 멘델스존이 특히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은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였다고 하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탈리아 교향곡’ 역시 멘델스존이 로마에 머물고 있을 당시에 착수된 작품입니다. 멘델스존이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이탈리아에 얼마나 매혹돼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힘을 얻어 작곡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교향곡의 많은 부분 작곡이 완성되었는데, 아마 이 작품은 내가 작곡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성숙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영감에 가득 찬 상태에서 작곡된 ‘이탈리아 교향곡’은 멘델스존의 성숙기 교향곡들 중 네 번째로 출판되어 4번이란 번호를 얻게 되었으나 작곡 순서로는 세 번째입니다. 멘델스존의 성숙기 교향곡 다섯 곡 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교향곡’은 1833년 5월 13일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런던에서 초연될 당시에도 영국 언론으로부터 “영감이 번뜩이는 찬란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밝고 찬란하게 시작하는 1악장의 도입부와 13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의 춤 ‘살타렐로’의 리듬이 소용돌이치는 4악장을 들으면 절로 이탈리아의 밝은 태양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멘델스존 자신은 이탈리아의 음악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독일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밝고 논리성이 부족한 이탈리아 음악이 그의 성향에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그는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하이든이나 베토벤 등 독일 관현악 명곡들을 별로 연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연습하며 독일 음악을 이탈리아에 전파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음악이 너무 어렵다는 단원들의 불평뿐이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독일 음악을 어렵게 생각했고 멘델스존은 이탈리아의 음악이 잡다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멘델스존이 걸작 ‘이탈리아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경치와 찬란한 날씨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탈리아의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폐허나 경치, 그리고 자연의 화려함 속에서 음악을 찾아냈다.”
유복했던 멘델스존의 여행은 모차르트의 그것과 달랐습니다. 직업을 구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인생의 견문을 넓히기 위한 관광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가까운 곳에서 본 게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카필라 성 밖에서 인간의 생로병사를 처음 목격한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젊은 그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많은 거지들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마차가 도착하자마자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모습에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이탈리아는 지저분하고, 벼룩이 들끓고, 바가지 상혼이 극성이었습니다. 그는 소매치기당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해야 했고, 이탈리아 말로 얘기해서 외국인이 아닌 체 했습니다. “역겨운 사기꾼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속임수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장사꾼들이 접근하면 그 물건을 안 산다고 대답해야 했다.” 나폴리에서는 종교 행렬을 목격했습니다. 슬픔에 잠겨서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멘델스존은 다른 사람들의 삶이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달콤하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찬란한 르네상스의 중심, 바로크 음악의 위대한 거장들을 낳은 이탈리아는 음악에 대한 인식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멘델스존이 고전 음악을 찬미하면 사람들은 경멸하거나 웃어버렸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전 음악에 대해 무지했고, 음악가들을 존중할 줄 몰랐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선율을 제대로 연주하지 않았고, 합창단의 화음은 엉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르네상스의 유산인 베키오 궁전의 바닥에 침을 뱉었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예술품에 자기 이름을 새겨 넣으려고 연필과 칼을 들이댔습니다.
“사람들은 종교가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고, 교황과 정부를 가졌지만 그것들을 조롱하고, 찬란한 역사를 가졌지만 거기에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그가 로마에 머물 때 교황 비오 8세가 죽었는데, 교황의 죽음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충격이었습니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은근히 즐거워하는 모습은 나를 몹시 불쾌하게 했다. 교황의 시신 주변에 사제들이 둘러서서 끊임없이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밖에서는 관에 못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탈리아 여행은 21살 멘델스존을 조금 더 성숙시켰습니다. 그는 평범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맨얼굴을 보고 실망했지만, 그만큼 실제의 인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카프리섬의 아름다운 바다에서 위안을 맛보았고, 무엇보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의 위대한 문화유산에서 예술적 자극을 받았습니다.
“로마의 과거는 내게 역사 그 자체로 다가왔다. 로마 시대의 유적은 내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후세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이룩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매우 흡족했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21세인 1830년 1년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 중 작곡에 착수해 24세 때인 1833년 3월 완성했습니다. 제3번 교향곡 ‘스코틀랜드’를 능가하고 그의 다섯 개 교향곡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걸작입니다. 1832년 런던 필하모니협회는 멘델스존에게 교향곡, 서곡 및 성악곡을 각각 하나씩 쓰도록 위촉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멘델스존은 이탈리아에서 쓴 교향곡의 초고를 다시 정리해 완성하였고, 서곡 ‘핑갈의 서곡’과 함께 1833년 5월 13일 런던 필하모닉을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했습니다.
이 교향곡은 모차르트적인 명쾌함, 특히 남부 유럽의 밝은 하늘 아래 이탈리아의 풍경과 풍속과 이야기, 거기서 받은 강한 인상이 작품 속에 담겨있습니다. 작곡자 자신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전체적인 관현악적 구조도 무겁지 않으면서 탄탄합니다. 관악 파트는 마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쓴 듯하며 현악의 화성과 리듬도 비엔나 풍으로 가볍고 상쾌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로 멘델스존의 친구인 슈만은 “우리를 이탈리아의 밝은 하늘 아래로 이끌어간다. 이 곡을 들으면 어느 누구도 이탈리아의 감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안개 짙은 북해의 해안과 전설 가득 담긴 고성에서 느낀 영감의 산물로 작곡된 제3번 교향곡이 매우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것과는 달리 제4번 교향곡은 이탈리아 남부의 밝은 태양과 맑은 하늘, 새파란 바다, 비옥한 토지 등 아름다운 경치 속에 고대 로마의 찬란한 역사를 가미시켜 매우 명랑하고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멘델스존은 그만의 특수한 화법을 사용하여 곡을 채색하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그를 ‘음악의 풍경화가’라고 부릅니다.
Paavo Järvi(cond), Tonhalle-Orchester Zű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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