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62) : 행복한 나뭇잎 / 윤상운

나뭇잎.jpg




나의 애독시(162)

 

행복한 나뭇잎 / 윤상운

 

 

나뭇잎이 어제 떠났습니다.

눈길을 걸어 봄까지 가면

멧새도 휘파람새도 어디선가 날아와

새 순이 돋도록

봄 하루가 짧다 연초록빛 울음을 울겠지요.

 

당신은

해 뜨는 그리운 아침들과

까맣게 윤이 나는 외로운 밤들을

나뭇잎에게 허락하셨습니다.

나뭇잎으로 지상에 머무는 일

나뭇잎으로 지상을 떠나는 일

아름다운 일임을 조금씩 알아 갑니다.

나뭇잎으로 태어나 행복합니다.

 

 

나뭇잎들이 어제 떠났습니다.’로 시작해서 나뭇잎으로 태어나 행복합니다.’까지 차분하게 읽어 가면 읽는 사람의 마음도 한없이 행복해지는 것 같지 않는지요? 나뭇잎에게 그리운 아침과 까맣게 윤이 나는 밤을 허락한 당신은 누구일까요. 나뭇잎으로 지상에 머물다 떠나는 나뭇잎의 삶은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욕심 없는 순리의 삶을 나뭇잎이 보여준 탓이겠죠. 맑은 서정과 결이 고운 언어로 엮인 동심 같은 시에서 때 묻지 않은 그리움과 애절함을 절감할 수 있고, 아울러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나뭇잎으로가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로 행복하지 않습니까요?

 


한때 늘 푸른 상록수에 더 마음이 가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 때 되면 물들고 기운이 다하면 잎 지는 낙엽수에 더 마음이 가게 되었어요. 푸른 잎은 청춘의 한때였을 것이나 그렇게 시퍼렇게 가지를 붙잡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구요. 그것은 무엇인가를 끝끝내 놓지 않으려는 부질없는 욕심 같아 보여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오히려 서글프게 합니다. 지금 한창 물들고 있는 단풍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려는 나무의 생존전략일 것인데 그 잎들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아름다운 일임은 깨우쳐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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