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6) : 봄 들녘에서 / 강경호
- 서건석
- 2024.04.1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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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6)
♬ 봄 들녘에서 / 강경호
죽음으로 일생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서둘러 유품을 태우고 흔적을 지운다해도
들녘에 푸른 핏줄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
거기 강물 끝 어딘가 무엇이 된 질긴 목숨이
손짓발짓으로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한때 네가 살던 마을에도
나지막한 산언덕 오래된 봉분은 있다.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무심해진다 해도
생전의 착한 것, 죄가 되는 것
어딘가를 떠도는 그리움으로 남아
아직도 너는 내게 불씨로 글썽이는데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무엇이 되어 다시 살아 왔듯이
무엇이 되어 다시 살아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뜨거운 마음 차마 가슴저며
숲과 강과 살아 타오르는 것을 보라.
먼 옛날 무엇이었던 네가
저렇듯 수백 번 옷을 갈아입고
봄 들녘 또 누군가를 눈부시게 부르고 있다.
◑ 바야흐로 봄, 모두 봄 들녘으로 나가 부활하는 자연의 싱싱한 숨결을 느껴봅시다. 봄은 항상 겨울(죽음)을 이기고 온몸 가득 연둣빛과 초록빛을 띄는 모습으로 걸어옵니다. ‘수백 번 옷을 갈아입고 누군가를 눈부시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으로 일생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들녘에 푸른 핏줄처럼 꿈틀거리거나 손짓발짓 누군가를 부르는 함성 같이 봄(생명)은 연둣빛 초록빛 함성으로 싱싱하게 온다는 겁니다. 겨울(죽음)을 이겨내면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는 거죠.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 무엇이 되어 다시 살아 왔듯이 / 무엇이 되어 다시 살아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에서 보듯이 죽음의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부활하는 정신의 승리를 맛볼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을 통해 삶과 죽음의 모습들을 반추해냅니다. 무심코 지나칠 만한 봄 풍경은 시인에게 더없이 좋은 인생 교과서나 다름없어요. 긴 겨울잠을 털어내는 사물들의 생명성을 바라보면서 의미 있는 존재로서의 삶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 (펌)
◑ 이 시는 죽은 아우를 그리워하는 정조(情調)를 보여 주는 이 작품으로 ‘죽음으로 일생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호한 어조로 시작됩니다. ‘유품을 태우고 흔적을 지운다 해도 / 들녘엔 푸른 핏줄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고 하지요. ‘거기 강물 끝 어딘가 무엇이 된 질긴 목숨이 / 손짓발짓으로 누군가를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적 자아의 인식은 ‘들녘이며 강물 끝’, 즉 들과 강, 또는 산에 푸르게 자라고 있는 것들이 실은 죽었다가 무엇인가로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관(輪廻觀)에 기대어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 모두 무심해진다 해도 / 생전의 착한 것, 죄가 되는 것’조차 ‘어딘가를 떠도는 그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육신은 죽어도 망자의 삶의 서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까닭이겠지요. 이렇듯 시적 자아의 의식은 순환론에 기울어 있어 죽은 아우를 그리워하면서도 ‘무엇이 되어 다시 살아올 것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시적 자아는 ‘숲과 강마다 살아 타오르는 것을 보라.’라고 합니다, 그것들이 언젠가 죽은 누군가들이 다시 살아왔듯이 ‘먼 옛날 무엇이었던 네가 / 저렇듯 수백 번 옷을 갈아입고 / 봄 들녘에 또 누군가를 눈부시게 부르고 있다.’라며 봄 들녘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푸르게 살아오는 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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