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63) : 이별가 / 박목월


하관1.jpg


나의 애독시(863)

 

 

♬ 이별가 /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이 작품은 지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생사를 초월한 인연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시입니다. 이승의 세계에 있는 화자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공간인 강을 중심으로, 강기슭에서 ‘뭐락카노’라는 말을 반복하며 저승의 세계에 있는 지인과 소통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화자와 죽은 지인의 목소리는 바람에 불리고 날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화자는 인연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화자는 ‘하직을 말자’라는 말을 통해 죽은 지인과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바람에 불려 죽은 지인의 목소리가 화자에게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하고, 화자는 그의 목소리에 ‘오냐. 오냐. 오냐.’라고 답하며 삶과 죽음의 세계 사이에 인연이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자는 생사를 초월하여 이승이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그들의 인연을 이어가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펌)

 

◑ 이승에 있는 가상적인 시적 화자를 설정하여 화자와 청자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요.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시어는 ‘뭐락카노’입니다. 누군가가 강의 저편에서 화자에게 말을 건네나 바람에 날려서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강 이편의 화자 역시 상대에게 뭐라고 외치지만, 그 목소리 또한 확연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와 나를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놓은 것은 강--―강은 삶과 죽음의 간격을 의미하지요. 그가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중요한 것은 인연인데, 그와 생전에 맺은 인연의 밧줄은 삭아 내리고 있습니다. 세상살이의 인연은 마치 갈밭을 건너는 바람과도 같이 덧없이 보입니다. ‘하직을 말자’고 말합니다. 나도 머지않아 강 건너 저 세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라는지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흰 옷자락을 펄럭이며 서 있는 그가 어서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것으로 여겨져 나는 ‘오냐, 오냐, 오냐’라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나도 곧 갈 거라는 뜻일 겁니다.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누군가의 죽음에 직면해서, 그 죽음의 상황에서 있을 법한 많은 갈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죽음에 대한 부정, 죽음으로 인한 그와의 인연의 단절,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안타까움, 죽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그리움 등이 복잡하게 담겨있지만, 의외로 시적인 표현은 단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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