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60) : 딸 부잣집 낙수 소리 / 이진수

맷돌1.jpg


나의 애독시(860)

 

♬ 딸 부잣집 낙수 소리 / 이진수

 

 

내 말이 그 말이어유 글쎄

저 양반은 거시기 어째서 그렁가

쇠딱따구리 소리만 났다 허먼

벌떡허니 나가 장작을 패드라구유

굴뚝 모탱이구 마루 밑구녕이구

틈새기 읍시 꽉꽉 쟁여 놨었응게

아매두 부엌 아궁이가 그것덜

모다 먹느라구 입깨나 아펐을뀨

산내끼 꼬는 것두 하루 이틀이지

밤 질구 방 뜨건디 안에 안 뜨건가

나만 맨날 맷돌 밑짝 맹글데유

웃짝 밑짝 그러다봉게 이리 됐지유

 

 

◑ 이 시를 읽으면 빙긋이 웃음이 나지요? 구어체의 충청도 사투리에 실린 아낙의 한탄이 결코 푸념으로 들리지 않지요. 아낙의 남편은 겨울이 되어도 장작 패랴 새끼 꼬랴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긴긴 겨울밤 부인을 성가시게 하는 데도 이골이 난 사람이기도 합니다. 맷돌이 위짝과 밑짝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부인을 껴안는 일도 자주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딸만 줄줄이 낳게 되었다는 거죠. 시골 아낙이 자신의 성생활을 맷돌에 비유해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 해학의 시작일 수 있지요. 그 말을 또박또박 받아 적어 시를 쓴 시인은 또 얼마나 능청스럽습니까요. 이 시는 말 그대로 충청도 사투리의 운치와 풍미가 담겨 있는 시입니다. 또 그 말의 흐름 속에 담겨 있는 삶의 모습들이 투명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불 지핀 방에서 기나긴 밤 새끼줄을 꼬고 남은 시간 아내와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은 너무 시적인 표현이지요. 하지만 ‘나만 맨날 맷돌 밑짝 맹글데유’라는 표현에서 자기도 가끔은 웃짝이 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닌가유. 참으로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한 맛을 보여주는 시이지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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