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59) : 쑥부쟁이 사랑 / 정일근


쑥부쟁이2.jpg


나의 애독시(859)

 

♬ 쑥부쟁이 사랑 / 정일근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 9월의 가을이면 국화류의 꽃들이 제철을 만나 꽃을 피우는 시기입니다. 산이나 들길을 걷다 보면 갈꽃들이 하얗고 노랗게, 또 보랏빛으로 군데군데 소박하게 서서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9월의 요즘 야트막한 산기슭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라면 쑥부쟁이와 구절초 같은 들국화들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쑥부쟁이와 구절초는 9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며 둘 다 국화과이고 모양도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하얀색 꽃이 구절초, 보라색 꽃은 쑥부쟁이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더군요. 지금도 가끔 헷갈리는 이유입니다. 가을 들국화를 소재로 한 이 詩는, 우리 곁에 늘 머물러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들꽃의 아름다움을 쑥부쟁이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우리에게 가을의 평범하고 흔한 꽃인 쑥부쟁이는, 길을 가다가 슬쩍 보고 그냥 지나치는데 그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詩에서는 이런 사소한 들꽃인 쑥부쟁이를,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면서부터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래서 작은 꽃잎들을 낱낱이 셀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사랑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詩는 조용히 말해줍니다.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는 꽃에 대해서도 다정다감한 감성을 통해 친근하고 섬세하고 표현하는 詩를 읽으며, 우리들도 앞으로 만날 수 있는 들꽃들을 다시 보게끔 하는군요. (펌)

 

◐ 가을에 피는 꽃 중에 비슷해서 구별하기 힘든 꽃이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가 있습니다. 구절초는 꽃이 희거나 옅은 분홍색을 띄지만 쑥부쟁이는 대부분 보라색입니다. 부지깽이나물이라 불리는 봄나물은 사실 섬쑥부쟁입니다. 구절초는 꽃잎 끝이 동글동글하게 국화꽃 잎과 닮았고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꽃이 쑥부쟁인데 구절초보다 꽃잎이 길고 날씬합니다. 대신 쑥부쟁이는 향기가 별로 없으나 구절초는 국화 향이 납니다. 개미취는 피는 시기도 같고 꽃 모양도 비슷해 쑥부쟁이와 구분이 쉽지 않지만,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고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으나 쑥부쟁이처럼 굵은 톱니 모양은 아닙니다. 흔히 이 꽃들을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라는 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인도 구분하기 힘든 꽃의 이름을 알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어느 곳을 가도 쑥부쟁이가 지천이었는데 쑥부쟁이라는 이름을 알고부터는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보인다고 했습니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그 까닭은 ‘사랑하면 보인다,’는 것. 그럴 것 같습니다. 숨어 있어도 멀리 있어도 환히, 보일 것 같습니다. 사람도 그리하지 않겠어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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