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48) : 김광섭 시인에게 / 김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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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848)

 

♬ 김광섭 시인에게 / 김유선

 

 

60년대 초 당신이 살던 성북동에서는

비둘기들이 채석장으로 쫓겨 돌부리를 쪼았다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성북동에 비둘기는 없는 걸요

채석장도 없어요

요즈음은 비둘기를 보려면

도심으로 들어와 시청 광장쯤에서 팝콘을 뿌리지요

순식간에 몰려드는 비둘기떼

겁 없이 손등까지 올라와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지만

나머지 부스러기 하나 마저 먹으면

올 때처럼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는

비둘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때에는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다시 오지 않아요.

 

 

◑ 이 시는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를 바탕으로 하여 새롭게 의미를 창출해 낸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들은 이제 도심(都心)의 시청 광장으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20년 전과는 달리 제법 사람과 친해진 것처럼 먹이를 주면,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배만 부르면 그뿐이죠. 지금의 비둘기들도 20년 전의 비둘기처럼 사람과 친하지 못하고 사람을 멀리하고 마음을 닫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이미 사랑과 평화의 이미지를 잃어버린 비둘기지만 지금은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 다시 오지 않는’ 비둘기가 된 것입니다. 20년 전의 비둘기가 산업화로부터 소외된 도시의 소시민이라면, 지금의 비둘기는 이익(팝콘 부스러기)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기적인 도시의 소시민으로 볼 수도 있지요.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비둘기는 근대화, 도시화에 밀려나게 된 자연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이 시에서 비둘기는 제법 사람과 친해진 것처럼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지만’ 여전히 사랑과 평화의 새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비둘기들은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 다시 오지 않아요.’라는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비둘기는 사람을 멀리합니다. 여기서 비둘기는 단순히 인간에게서 멀어진 자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암시해 주기도 합니다. 황폐화된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온정을 잃고 인간관계 또한 삭막해져 가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비둘기란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에 대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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