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47) :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 김광규

운전자1.jpg


나의 애독시(847)

 

 

♬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 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 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 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 이 시는 현대의 물질문명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소재로 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며 물질에 얽매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판하고 있지요. 아울러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 같은 근원적인 소중한 가치를 잃고 생활하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보이고 있구요. 물질문명은 인간이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그 물질문명 속에 갇혀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안타까움과 비판 형식으로 풀이한 자유로운 풍자시이지요. 물질문명이 도리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각(警覺)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펌)

 

◐ 사회로 막 나선 젊은이들의 승용차 구입이 크게 보편화 되었지만 이 작품이 실린 김광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크낙산의 마음’이 발간된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지요. 우리가 목격하는 이런 평범한 일상, 스쳐지나가는 현상과 사안이 시인의 시적 형상화 대상이 됩니다. 외견상 사소해 보이는 여러 일상의 현실이 그의 시에서는 잠재적이지만 폭력적이고, 억압을 동반한 문명의 모습으로 재생됩니다.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부터 김광규 시인이 지속적인 관심으로 다룬 주제인데 그렇다고 목청 높여 엄숙하게 훈계하거나 고담준론으로 설파하지는 않습니다. 부드럽고 실팍한 서정과 여유, 위트로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조곤조곤 더러는 암시적으로 해법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막 시작될 그 무렵 현대인들이 향유하는 일상의 빛과 그림자를 예리하게 더러는 부드럽게 노래하며 그 안에 내재한 빗나간, 빗나갈만한 형상들을 유머러스하고 역설적인 서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요. 자동차가 이 시의 중요한 묘사 대상이지만 시인이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는 자동차를 포함하여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 대부분을 포괄합니다. 편의성과 속도감, 다소의 과시욕에 들떠 별생각 없이 즐기지만 그러는 사이 높아지는 벽과 깊어 가는 단층이 부추기는 비인간화의 그늘을 시인은 우려합니다.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라는 부드러운 어조 속에 향후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현대 문명의 폐해와 부작용에 대한 깊은 우려가 배어 나옵니다. 이 시가 발표되지 30여 년, 그동안 우리는 시인의 ‘무거워진’ 마음을 전대미문의 숱한 사건, 사고, 재해, 스캔들 등으로 톡톡히 체험하고 있지 않는가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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