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46) :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비둘기1.jpg


나의 애독시(846)

 

 

♬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그만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이 시는 진작에 아주 진작에 올렸어야 할 시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읽기에 힘든 면이 있을 것 같기에 미루고 미루어왔습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자연은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었고 잠잘 곳을 주었죠. 허나 사람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 왔습니다. 이제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은 자연이 아닌 문명 공간이며, 어떻게 보면 문명은 자연과 대립적인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성북동’은 인간이 자신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현장을 의미합니다. 비둘기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입니다. 성북동을 떠나지 않고 평화와 순수함을 전하려고 하지만, 전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새가 되어버렸습니다. 비둘기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평화로운 새벽을 흔드는 채석장의 포성과 여리고 순한 비둘기라는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대 문명에 의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자연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펌)

 

◑ 이 시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황폐해진 자연으로부터 점차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비둘기는 사랑과 평화, 축복의 메시지 전달자라는 일반적 상징을 뛰어넘어 근대화, 공업화로 소외되어 버린 현대인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며, 그에 대한 관찰자 내지 비판자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기·서·결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1, 2연에서 묘사를 통해 비둘기의 처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다음, 3연에서 명시적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번지가 새로 생겼다’라는 표현은 주택가가 들어섰다는 뜻이지만, 문명의 침투로 인한 자연의 파괴를 의미하며, ‘번지가 없어졌다’라는 표현은 비둘기가 보금자리를 잃어버렸음을 뜻합니다. 또한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 ‘채석장 포성’ 등은 현대 문명의 병폐를 의미하며, ‘가슴에 금이 갔다’라는 것은 이러한 문명의 병폐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 즉 사랑이나 평화가 모두 사라졌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와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와 같은 구절은 현대 문명에 의해 파괴된 인간 존재의 애처로움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기계 문명으로 인해 점차 세속화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어 버린 그들이 ‘금방 따낸 돌 온기에’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정경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자연의 파괴로 말미암아 생존의 터를 상실한 비둘기가 채석장 포성에 지향 없이 쫓기며 넉넉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비극적 모습을 제시합니다. 이 시는 이를 통해 오늘날의 황폐화된 인간 삶을 고발하고 참다운 삶의 회복을 희구하는 한편,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는 ‘비둘기’를 통해서 현대 문명의 비정함과 소외의 비극을 제시하여 사랑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과 인간성 회복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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