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40) : 경청(傾聽) /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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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840)

 

 

♬ 경청(傾聽) /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가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 잘 듣는 것이 잘 말하는 것보다 소중하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요. 귀를 열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놀라운 일이나 변화가 일어난다고도 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경청하는 귀를 가리켜 ‘영혼의 문’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심 없는 사랑의 교감이라고 여기기 때문일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힘이 아니고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한 법입니다. 사실 눈(目)은 공격적이어서 세계 안으로 뚫고 들어가려는 적극적인 감각 기관인데 비하여, 귀는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감각기관이지요. 그래서 귀는 옛날부터 부드러움, 이해(理解), 개방, 관용의 상징이었지요. 우리의 삶이 불행한 것은 ‘경청’ 능력의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요?

 

◑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잘 듣기’입니다. 상대방에게 말을 많이 하면 내 생각이 잘 전달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야기하는 쪽보다 듣는 쪽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마음속에는 당신을 향한 사랑과 이해, 믿음과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신뢰받고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를 만날 때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후회합니다. 정말 마음이 겸손해지고 상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지면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말하는 건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건 지혜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는 온간 말과 정보의 홍수 속에 있음에도 자기주장만 있고 남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자기 안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말이 귀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어주는 건 그 자체가 존중이고 사랑입니다. 상대의 말은 듣는 시늉도 않고 조금의 틈만 생기면 말을 자르고 비집고 들어와서 자신의 목청만 높입니다. 사랑과 영혼의 귀를 열어 자신의 귀 바깥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 한 고요 속에 / 세계는 행여나 / 한 송이 꽃’ 피우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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