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20) : 차례(茶禮) / 김춘수


차례상3.jpg




나의 애독시(820)

 

 

♬ 차례(茶禮) / 김춘수

 

 

추석입니다.

할머니,

홍시 하나 드리고 싶어요.

서리 내릴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기러기 올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살아생전에 따뜻했던 무릎,

크고 잘 익은

홍시 하나 드리고 싶어요.

 

용둣골 수박,

수박을 드리고 싶어요.

수박 살에

소금을 조금 발라 드렸으면 해요.

그러나 그 뜨거웠던 여름은 가고,

할머니,

어젯밤에는 달이

앞이마에 서늘하고 훤한

가르마를 내고 있었어요,

오십 년 전 그날처럼.

 

 

◑ 우리가 알다시피 차례(茶禮)란 보통 음력 초하루, 보름이나 명절날, 또는 조상의 생일이나 기일 등에 지내는 낮 제사를 가리키지요. 따라서 이 시는 추석 차례를 지낼 때에 할머니의 사랑을 받은 손자가 어른이 되어 소년 화자의 입장에서 노래한 작품입니다요. 그러므로 이 시의 주제는 할머니의 사랑과 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홍시’, ‘따뜻했던 무릎’, ‘수박’, ‘달’ 등의 사물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결합하여 이 시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게 하고 있음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지요. 오늘은 모두 자기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떨는지요? (펌)

 

◐ 한가위 추석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되면 떨어져 살던 가족이 다 함께 모이는 한편 친척들과도 만나 서로 반가움을 전하고,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다니는 것은 아직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최근에는 미리 성묘를 하고 추석 연휴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실속파가 제법 많습니다만 귀성길 고속도로는 여전히 수많은 차량이 몰려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매년 겪는 현실입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연유가 얽혀 있어선지 휴일과 상관없는 나이가 된 지금도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추석 물가가 높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즐거운 추억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추석과 관련된 시를 한 편 올리겠습니다. ‘꽃’으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이 시는 추석날 차례를 지내는 과정에서 차례상에 올려진 홍시를 보고, 홍시를 좋아하신 할머니를 회상하는 작품입니다. 내용으로 볼 때 할머니는 손주였던 시인에게 수박 살에 소금을 발라 줄 만큼 각별하게 아끼고 사랑을 베풀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금을 발라 먹어보지는 못했으나 들은 바로는 수박 살에 소금을 약간 치면 그 맛이 더욱 진하다고 합니다. 추석을 맞아 시인은 이런 할머니의 사랑을 50년 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당신의 살아생전 자애롭고 따뜻했던 모습을 상기하며 할머니께 정성스럽게 차례를 올리면서 아마 눈물을 글썽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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