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16) : 광야 / 이육사


첨부파일



나의 애독시(816)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 시는 광야에 길이 열리는 과정과 눈 속에서 피는 매화와 식민지 현실을 비유적으로 결합, 시인의 초극 의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 3연까지는 광야에 문명이 열리는 과정을 노래합니다. 천지가 개벽되고 광야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산맥이 형성되고 바다를 향해 휘달릴 때도 광야는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채 황무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 폐허와 같은 장소에 강물이 길을 열고 문명의 꽃이 핀 것은 오랜 세월 부지런한 계절의 피고 짐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지요. 4연은 눈 속에 핀 매화를 통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식물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그것을 다시 식민지 현실과 비유적으로 결합시킵니다. 오랜 세월 부지런한 계절의 피고 짐 이후에 비로소 광야에 길이 열렸듯이 오랜 준비 끝에 눈 속에 매화가 피었군요. 마찬가지로 지금 눈 내리는 혹독한 계절로 비유되는 죽음의 시대이지만 내가 여기에 뿌리는 가난한 노래의 씨는 언젠가는 이 광야에 노래의 꽃을 피우게 할 겁니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과 준비를 하지 않으면 죽음과 같은 식민지 상황은 벗어날 길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시인은 결코 식민지 상황을 가볍게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현실의 가혹함은 시인으로 하여금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라고 써야 될 만큼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 상황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려는 남성적인 초극 의지를 두드러지게 보여줍니다. ()

 

이 시는 초인 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인이란 무엇이지요? 어떤 괴력이나 초능력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초인이란 우리가 태어나 성장해 가는 이 땅에서 자력에 의해 자기 극복을 성취해 가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 운명 조건과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정신의 초극을 성취해 감으로써 인간 승리를 이루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시에서 이런 초인의식을 바람직한 삶의 정신적 덕목과 가치지향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하 모진 압박과 수탈의 시련 속에서 굴하지 않고 투쟁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고 가치 있는 인생이냐 하는 데 대한 확실한 자각과 시적 실천을 온몸으로 보여준 시와 그 시 정신을 높이 받들어야 합니다.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3,163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3163서건석05:402
3162서건석26.09.2012
3161서건석26.09.1915
3160서건석26.09.1814
3159서건석26.09.1718
3158서건석26.09.1621
3157서건석26.09.1521
3156모하비26.09.1418
3155서건석26.09.1422
3154서건석26.09.1328
3153서건석26.09.1229
3152서건석26.09.1134
3151서건석26.09.1034
3150서건석26.09.0935
3149서건석26.09.0834
3148모하비26.09.0740
3147서건석26.09.0738
3146서건석26.09.0634
3145서건석26.09.0547
3144서건석26.09.0443
3143서건석26.09.0348
3142서건석26.09.0243
3141서건석26.09.0146
3140모하비26.08.3161
3139서건석26.08.3143
3138서건석26.08.3037
3137편영범26.08.2955
3136편영범26.08.2958
3135서건석26.08.2931
3134서건석26.08.2834
3133서건석26.08.2741
3132서건석26.08.2640
3131서건석26.08.2546
3130모하비26.08.2456
3129서건석26.08.2443
3128서건석26.08.2339
3127서건석26.08.2244
3126서건석26.08.2137
3125서건석26.08.2035
3124서건석26.08.1938
3123서건석26.08.1839
3122모하비26.08.1751
3121서건석26.08.1735
3120서건석26.08.1629
3119서건석26.08.1543
3118서건석26.08.1430
3117서건석26.08.1334
3116서건석26.08.1243
3115서건석26.08.1132
3114서건석26.08.1039
3113서건석26.08.0932
3112서건석26.08.0840
3111서건석26.08.0742
3110서건석26.08.0628
3109서건석26.08.0538
3108서건석26.08.0428
3107모하비26.08.0373
3106서건석26.08.0331
3105서건석26.08.0233
3104서건석26.08.0134
3103서건석26.07.3139
3102서건석26.07.3035
3101서건석26.07.2939
3100모하비26.07.2873
3099서건석26.07.2838
3098서건석26.07.2737
3097서건석26.07.2635
3096편영범26.07.2567
3095편영범26.07.2560
3094서건석26.07.2529
3093서건석26.07.2440
3092서건석26.07.2325
3091서건석26.07.2234
3090uhmk7426.07.2152
3089서건석26.07.2131
3088모하비26.07.2064
3087서건석26.07.2031
3086서건석26.07.1950
3085서건석26.07.1833
3084서건석26.07.17175
3083서건석26.07.1647
3082서건석26.07.1524
3081서건석26.07.1438
3080서건석26.07.1332
3079서건석26.07.1242
3078서건석26.07.1137
3077서건석26.07.1040
3076서건석26.07.0937
3075서건석26.07.0838
3074서건석26.07.0739
3073모하비26.07.0680
3072서건석26.07.0644
3071서건석26.07.0538
3070서건석26.07.0446
3069서건석26.07.0340
3068서건석26.07.0235
3067서건석26.07.0136
3066서건석26.06.3046
3065모하비26.06.2958
3064서건석26.06.2937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