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06) : 저곳 / 박형준


하늘3.jpg



나의 애독시(806)

 

저곳 / 박형준


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하늘도, 이제 곧 들녘과 산들도 차츰 비어갈 쓸쓸한 계절인데. 이 시를 보니 공중(空中)이란 말도 좋네요. 비우고 또 비워 아무 기댈 데 없이 허허로운 허공(虛空)이란 말보단 새들이 가득 나는 공중이 참 좋네요. ‘그대하고는 아직 지지며 볶는 사랑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그대와 화자 사이는 아직 ()’일 따름입니다. 그러하기에 채워야 할 것들이 많나 봅니다.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우는 것은 욕망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뼛속까지 들어찬 욕심을 다 비우고 그대와 순박한 사랑으로만 어우러지는 방 한 칸 지상에 들이기가 참 어렵네요. 세속적인 사랑에 치여 사는 우리는 언제쯤 뼛속이 비어 하늘 끝까지 날아갈 수 있을는지요? ()

 

그야말로 비어서’ ‘꽉 찬공중의 아름다움. 중심이 빈 그곳에서 새들이 날갯짓하며 허공을 가득 채우는 동안 시인은 빈 중심의 새로운 공간을 꿈꿉니다. 그 속에 둥지처럼 아늑한 방을 들이고, 그대와 함께 새알 같은 아이를 낳고, 밤낮없이 은은한 밤꽃 냄새를 피울 수 있다면. 모든 것의 변방이자 중심인 공중이라는 말은 얼마나 수려한가요. 한때 호숫가 풀밭에 앉아 홍조가 도는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지고 간질여 주고 싶었던 꿈이 마침내 뼛속이 비어서 / 하늘 끝까지 / 날아가는/ 새떼보다 더 가볍게 창공의 향기로 꽃을 피워올리는 순간. , 사랑이여, 빈 공간을 꽉 채우는 새여,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시인의 날개여. ()

 

참으로 착상이 기막힌 시라 하겠지요. ‘空中이란 말 그대로 하늘 또는 하늘과 땅 사이의 텅 빈 허공이라는 말일 텐데요. 여기서는 그것을 정신적인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군요. 중심이 텅 비어 있는 하늘이라고 말입니다. 그러기에 그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차 있다고 표현한 겁니다. 그러고 보면 이 시는 비어 있어야 비로소 채울 수 있고, 비울 줄 알아야 채워질 수가 있다는 이른바 무소유의 소유, 도는 텅빈 충만을 강조하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요? 새들이 물질의 무게를 버려야 날 수 있듯이, 또 하늘이 그 가운데를 비워 두어야 새들이 날아오를 수 있듯이, 사람들도 온갖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을 버리고 비울 수 있어야 비로소 공중을 나는 새처럼 가볍게, 텅 빈 충만을 보다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나요. 말하자면 헛된 소유가 아니라 참된 존재의 의미를 깨쳐야 비로소 진정한 자아, 소중한 정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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