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91) : 오분간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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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91)

 

 

오분간 /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이 시는 아카시아 꽃그늘 아래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떠올린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섬세한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화자는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흩날리는 그늘 밑에서 여섯 살배기 아이를 태우고 올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짧은 시간을 오분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나는 머리가 희끗한 노파가 되고’,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도 걸어올 것만 같다.’ 등과 같이 자신과 아이의 미래와 생(),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상념에 잠겨 있다가 아이를 태운 버스가 보이자 꽃그늘을 벗어납니다. 아이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 경험인데, 이와 같은 일상적 체험을 섬세한 시각으로 노래하는 것이 나희덕 시인 작품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


시적 화자는 지금 등나무 꽃그늘에서 유치원에 간 아이를 기다립니다. 아이가 올 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는 등나무 꽃그늘 아래 서서 아직 오지 않은 노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에게 오 분간은 일생이 지나가는 아득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이를 기다리는 순간은 보고 싶은 마음의 조급함으로 아이의 부재를 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시인은 '꽃그늘'이라는 공간 속에 생각을 가두어 두고 꽃잎이 바람에 날릴 적마다 많은 세월이 교차하고 기다림으로 생은 잠깐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만 같은 체험을 합니다. 시인은 현실과 상상 속에서 버스가 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꽃잎처럼 훌쩍 날아올라 현실로 되돌아옵니다. 그것이 어디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에만 국한된 일이겠는지요. 어느 한순간, 우리는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비슷한 체험을 할 때가 가끔 있음을 경험상 알고 있구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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