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82) : 등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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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82)

 

 

/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하는 곳이 있지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숙명의 장소. ‘으로 표현되는, 인간이 닿을 수 없는 한계는 어찌 보면 인간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원죄 같은 아픔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두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는지도 모르지요. ‘을 통하여 세상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시선을 확장해 가는 시인의 뛰어난 안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네요. ‘내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하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절감하게 되는군요.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여 배후의 큰 것들을 보지 못하고, 또한 자신의 협소한 시각으로 남을 재단하려는 편협함과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이기심이 난무하는 우리들 눈앞의 세상.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눈으로 /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라는 사실을. ()

 

등과 삶을 찰지게 엮어 놓은 시이지요. 우리는 이런 시를 대할 때 감동이 생깁니다. 아무나 가지고 있는 흔한 등판 하나를 가지고 우주까지 시가 확장되지요. 등은 스스로가 들여다볼 수 없는 지역입니다. 근지러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 그러므로 등은 내 스스로가 볼 수 없는 불가침의 성역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가닿지 못하는 성역을 하나 둠으로써 늘 뒤를 돌아보고 살아라 하는 교훈적 의미로 인간에게 만져 볼 수는 없고 비추어는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등의 또 다른 모습은 섬이지 싶어요. 내가 단 한 번도 도착할 수 없는 지점, 그래서 인간은 또 섬처럼 외로운 존재인 것입니다. 손바닥 하나로 다 쓸어주지 못하는 내 몸의 뒤편 입도 없고 다리도 없는 불구의 내가 살고 있어요. 등의 불구처럼 우리는 우리의 뒤편에 수많은 불구의 그림자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등이란 뒷면의 투시를 통해 우리의 장애를 말하며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애환과 비극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뒤쪽 배경엔 얼마나 많은 눈먼 비극들이 살고 있을까요. 어쩌면 삶이란 가장 화려한 비극의 산물로 구성되어 있는 희극의 한 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바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며 다의적 반어적 역설적 의미로 우리의 한 생을 투사하고 있습니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등, 어쩌면 등과 나는 한 몸인데 내 것일 것인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쳐다봄으로써 하나이면서 둘로 분리되는 자아 즉, 공존하면서도 분리된 인간의 양면과 같은 명암을 정면과 뒷면으로 교차시키면서 등이라는 대상을 내가 어떻게 가닿지 못하는 지점으로 지정하고 삶이란 그런 것이다 라며 다의적 다용도의 의미 확장을 저 짧은 시에 돌올하게 그려 놓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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