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47) : 엄마 걱정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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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47)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어느 사람은 이 시만큼 유년 시절의 어머니를 공감하게 해주는 시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보면 이 시는 시인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삼고 있지요.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등의 독특한 비유와 표현에 의해 장면이 생생하게 형상화되고 있습니다. 1연에서는 두 개의 과거 이야기가 현재형으로 그려지고 있고, 2연에서는 화자가 과거 어머니와 자신의 기억이 아직도 자기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고백합니다. 이 시는 과거 어린 시절의 하루를 생생하게 제시하고, 화자의 정서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가장 아름다운 시는 동시 같은 시라고 했던가요. 어쨌든 유년 시절의 우울한 기억과 회상이 담긴 이 짧은 시가 독자의 눈시울을 뜨겁게할 만큼 생생한 공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기 내포된 진정성에 있다고 봅니다요. ‘아무리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라는 대목을 읽을 때마다 가슴에 새로운 생채기가 생기는 것 같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자식의 마음이 영원한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 마음속에 깊고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지요.

 

시적 화자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생활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슬프고 애처로운 모습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연 구분이 없는 전 15행의 산문체 리듬으로 시적 대상 변화에 따라 시상 전개를 보입니다. 1~5행은 진주 장터의 생선가게에서 자식을 키우며 장사하던 어머니의 고생을 은전만큼 만지기 힘든 한으로 표현하며, 이 한은 시 전반의 지배적 정서로 어머니의 고달픔이 응축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6~9행은 울엄마가 돌아오기를 초조히 기다리는 오빠 동생의 슬픔을 골방’, ‘손이 시린등의 표현으로 절실하게 묘사하며, 어린 그들에게 울엄마는 밤하늘 별처럼 생존과 애정의 근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10~15행은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가 별을 보고 느꼈을 심정을 달빛을 받은 옹기집 항아리 같이 /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반짝였을까로 표현하며, 달빛에 반사되는 항아리의 반짝임에서 어머니 눈물을 발견함으로써 고통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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