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46) :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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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46)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느낌이 어떠하온지요? 확연하지 않고 뭔가 뚜렷한 감이 잡혀 오지 않은 것 같다구요? 처절한 그리움의 슬픔을 읊은 시구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원망을 나타내는 시구나, 그도 아니면 각박한 우리의 모습을 꾸짖는 시구나, 또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매번 바뀌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이 시가 애송되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사랑에 슬픈 이는 슬픈 마음 달래려, 그리움에 젖은 이는 그리움이 주는 가슴 아림을 느끼려, 누군가를 원망하는 이는 그 원망에 묻혀 보려 읽으면 됩니다. 그도 아니면 각박한 세상에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려고 읽는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고. 아무튼 슬픔과 고통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랑에 이르지 못하며, 그런 사랑을 실천할 수도 없다는 얘기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만요.

 

 

이 시는 슬픔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반성하고, 사랑을 위해서는 슬픔이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슬픔기쁨에게 이야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이기적인 존재이고, ‘슬픔은 남의 아픔을 보듬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자신의 행복에 취해서 자신만의 안일을 위해 남의 아픔에 무관심하거나 그 아픔을 돌볼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는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 수 있습니다. ‘모든 진정한 사랑에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슬픔을 어머니로 하고 눈물을 아버지로 한다. 사랑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고통 때문이다.’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거죠. 인간이 문제투성이지만 그 근원적인 문제는 진실한 아픔’, ‘진정한 기쁨’, ‘인간에 대한 연대등과 같은 의미를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소외받고,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 부족을 부끄럽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로, 사랑은 사랑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룰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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