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15) : 등(藤)꽃 아래서 /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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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15)

 

()꽃 아래서 / 송수권


 

한껏 구름의 나들이가 보기 좋은 날

나무 아래 기대어 서서 보면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 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어무린 색깔로

연등날 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 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꽃송이를 보고 난

그 후부터다.

 

밑뿌리야 節制 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 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 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 드는 은은한 소리 들린다.

 

 

이 시는 등나무 아래에서 등꽃을 바라보며 느낀 화자의 정서와 화자가 얻은 깨달음을 드러내고 있는 시입니다. 넝쿨진 등꽃송이의 모습을 통해 화자는 삶의 슬픔과 기쁨의 복합적인 정서를 느끼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화자는 등나무가 밑뿌리야 절제 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이라는 등나무의 외양을 통해 개개인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등나무의 외양적 특징이 화자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등꽃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청각화하여 구슬같은 소리라고 표현하고 은은한 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등꽃을 보면서 화자의 부정적 심리가 점차로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해소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마음이 내 것 같지 않게 다스리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가슴을 활짝 펼쳐서 숨을 크게 들이쉬라고 합니다. 내적인 흔들림이 내 속에 그냥 담아두면 폭이 좁은 곳이라 파동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닿으며 요동칩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을 대자연에 내어놓으면 흔들림이 뵈지도 않습니다. 대자연의 품이 엄청나게 크기에 내면의 흔들림은 그냥 흡수해서 미동처럼 만들어 놓기 때문입니다. 이 시의 화자도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 슬픔의 정서도 등꽃 아래서 자연을 관찰하고 바라보다 보니, 슬픔과 기쁨이 반반 버무려지더니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 흐르기 시작하면서 슬픔과 기쁨이 어울려 승화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을 형상화하여 표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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