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09) : 큰 노래 / 이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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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09)

 

큰 노래 / 이성선


 

큰 산이 큰 영혼을 기른다

우주 속에

대붕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 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 없이 말을 하느니

,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이성선 시인은 때 묻지 않은 순수 서정의 자연 세계를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그가 즐겨 찾는 시적 대상은 산, 바다, ,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지요. 이런 자연물에 대한 관조를 통해 얻은 자족적인 깨달음의 세계를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포착하여 시 세계를 형상화합니다. ‘큰 산이 큰 영혼을 기른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특별한 방법이나 색다른 기교를 쓰지 않고 솔직하고, 기교나 수식을 떠나 소박한 표현과 어법으로 세계의 비밀을 탐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는 이 시의 사실상의 주체적인 대상이지요. 실제적이면서도 상상적인 이 시의 설악산 나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존재이지요. 설악산 나무, 너로 불리는 시인 자신의 시적 인식과 그것이 상징하는 설악산의 절정을 우주 속의 대붕(大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의 나무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과 자연의 정신적 교감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이 시인의 청순하고 소박하며 초연한 시적 기질과 그 순수성은, 시인 본인이 죽어 거기에 묻혀 있음으로 해서, 오래 살아남아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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