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07) : 이슬꽃 / 오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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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07)

 

이슬꽃 / 오영미


 

엊그제 트랙터가 논바닥을 훑고 지나가고

가녀린 푸름의 모 낱낱들이

진흙 속에 포기로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힘없이 스러질 것 같은데

햇살을 어우르며 잘 견뎌내고 있었다

날마다 노심초사 초조해 하는 농부가

새벽녘에 삽 한 자루 뒷짐에 쥐고

말없이 가르마 같은 논둑길 서성거린다

휑하게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여분의 뜬 모 서너 개 모아 쥐고

정성껏 진흙 속에 꽂는다

태어난 아기가 쑥쑥 자라듯이

아침 이슬 영롱한 희망을 노래하며

떠오른 태양을 연주 삼아

새벽 공기를 먹고 줄지어 피어난 꽃

새벽이슬은 우리에게 큰 기쁨 주고

꿈과 사랑을 영글게 한다

 

 

이 세상 꽃 중에도 가장 맑고 투명한 꽃, 또 가장 짧은 순간 피었다 사라지는 꽃은 무엇인가요. 한밤의 어둠 속에 잉태되어 새벽의 꼭지를 열고 피었다 이내 사라지는 꽃. 그건 생의 탄생과 소멸의 가장 극명한 교차점을 보여주는 이슬꽃이 아니던가요. 달개비꽃밭에 수없이 피어난 이슬꽃을 본 적 있어요. 푸른 이파리 사이 보라색 작은 꽃잎을 틔운 달개비 줄기에 매달려 피어나던 꽃들. 그걸 햇살이 비추면 달개비 줄기엔 이파리마다 보석빛 초롱초롱 불 밝혀 영롱한 세상을 열고 있었어요. 그러나 잠시 후 태양 힘차게 떠올라 대지를 적실 때. 꽃은 말없이 자신을 허공에 날리고 마는 것이니. 온 들녘의 이슬꽃도 농부의 삽 한 자루에서 피어나는 것이리라. 어둠은 긴 밤내 이슬을 빚어 풀잎 끝에 감추어둡니다. 별빛 쏟아져 강바닥에 쌓여갈 때 풀잎에 매달린 이슬은 강물 속 별빛을 길어 올려 제 가슴의 바닥까지 채웁니다. 한순간 어둠 장을 찢으며 동이 터올 때, 강 자락 쟁쟁쟁 울며 둑 위에 풀잎을 흔들면 이슬은 한밤내 맺혔던 어둠을 풀어 강물 속으로 떠나보냅니다. 아침 햇살 비친 풀밭에 오색 구슬 초롱초롱 불을 켜 들면, 이슬은 그때서야 자신을 품어주었던 어둠을 생각하고 투명한 풀잎 위에 그리움과 꿈을 영글게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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