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06) : 병에게 /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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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06)

 

병에게 / 문효치


 

너에게 사랑의 편지를 쓴다

가끔 이름은 바뀌었지만

평생 내 몸속에 들어 나를 만들고 있었지

이런즉 병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터

어머니가 나를 낳고 네가 나를 길러 주었다

이제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사실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노라 쓰기 위해선

내가 병을 가장 사랑한다라고 쓰면 된다

뭐든 오래 같이 있으면 정이 든다

평생을 함께한 너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정들면 예뻐 보이는 법

, 너 참 예쁘구나

세상이 모두 나를 버리려 하는 겨울의 문턱에서도

너는 내 속에 깊이 들어앉아 있구나

밭은기침으로 살과 뼈의 아픔이 잦아들지만

마음의 병도 함께 살고 있다

변치 않는 평생의 벗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 생은 생으로만 채워지진 않는 법. 우리들 생이 생으로만 이뤄지면 무미건조한 사막 같지 않을까. 그러기에 생은 병으로 이따금 몸을 바꿔 다가와 우리 생을 더 단단히 뭉쳐주는 게 아닌가. 시인은 병을 통해 더 깊이 생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고 네가 나를 길러 주었다고. 뭐든 오래 같이 있으면 정이 깊게 든다고. 정들면 모든 게 예뻐 보이는 법이라고. 세상이 다 나를 버리려 하는 겨울 문턱에서도 너는 내 속에 깊이 들어앉아 나와 함께 있다고. 그런데 그걸 알고 보면 병에 대한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진정한 정수입니다. 그게 바로 생의 온전한 가치라는 걸 일깨워 줍니다. 그대는 단 한번이라도 병에게 편지를 써보았는지. 아니 그대 자신에게 반에 반 통만이라도 편지를 써보았는지요. 그게 진정한 자신과의 소통일 텐데요, 자아와의 진정한 만남일 텐데요. 병이 와서야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법. 병이 깊어서야 부모님 마음 한편을 헤아리려 하는 듯. 그러고 보면 병이 우리를 사랑하게 하고 부모님을 사랑하게 하는 게 아니던가. 삶은 때로 그렇게 그늘 쪽에서 더 빛이 나는 듯. 우린 그늘 쪽에서 더 멀리 희망을 보게 되는 법입니다. 문학은 그렇게 건너편 바라보기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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