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99) : 측근, 이라는 말 / 이재무


넝쿨장미3.jpg




나의 애독시(699)

 

측근, 이라는 말 / 이재무

 

 

측근이라는 말 참 정겨워

측근, 측근, 하다 보면 무슨 큰 백이나

지닌 듯 턱없이 배짱 두둑해지고

까닭 없이 측은지심 생겨나기도 한다

 

내 측근에는 누가, 누가 있나

나는 누구, 누구의 측근인가

사는 동안 측근만큼 든든한 게 어디 있으랴

 

그러나 다정도 병이 되는 양

측근이 화 부르고 독 낳기도 하니

사람아, 사람아,

꽃과 나비 나무와 새 비와 바람과 눈

그리고 하늘과 구름과 음악과 시를

평생의 측근으로 두어 살면 어떻겠는가

 


측근 때문에 명성을 얻기도 하나 측근 때문에 추락을 하기도 하지요. 화를 부르기 전에는 정겹다가도 아, 부르투스, 너 마저! 대개 끝이 그렇게 되기 십상이지요. 꽃과 나비 나무와 새 비와 바람과 눈 그리고 하늘과 구름과 음악과 시()는 그러는 법이 없습니다. 측근이 너무 무서워 요즘은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삼십 년 전에는 감시하는 이를 살피느라 두리번거렸는데 지금은 측근이 무슨 짓을 하지 않나 두리번거립니다. 두리번거린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지요. 평생 따위를 측근으로 두고 살아가는 게 물론 최선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

 

측근이라는 말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풍깁니다. 음흉하게 이용하는 대상의 근거 같기도 해서 경계심이 드는 게 사실이지요. 측근에 믿을 만한 배경을 가지지 못한 내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것은 측근이 비리의 용도와 자주 맞물리는 세태 탓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낱말 자체는 그저 지칭일 뿐 애초에 좋고 나쁨의 얼굴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거기 붙는 행위에 따라 불순한 의도가 묻기도 하고 오히려 기존 개념을 뒤엎기도 합니다. 사랑도 눈물 이별 따위도 탈을 쓰면 속뜻이 달라집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낯빛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측근입니다. 시인이 측근에 두고 싶은 것을 가만히 보면 다분히 실망과 배반의 예방을 염두에 둔 것들입니다. 위에 말한 몇 가지는 정말 평생의 안전장치인 것일까요. 어쩐 일인지 나는 꽃에도 나무에도 그것을 다 포용하는 시에의 접근에도 탈이 나곤 합니다. 스스로 마음 정돈하기 전에 만만하게 여겨 달려들었다가 곧 후회하곤 합니다.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3,025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3025서건석26.05.2711
3024서건석26.05.2611
3023모하비26.05.2519
3022서건석26.05.2514
3021서건석26.05.2418
3020서건석26.05.2321
3019서건석26.05.2220
3018서건석26.05.2122
3017서건석26.05.2027
3016서건석26.05.1928
3015모하비26.05.1834
3014서건석26.05.1825
3013서건석26.05.1731
3012서건석26.05.1628
3011서건석26.05.1530
3010서건석26.05.1430
3009서건석26.05.1333
3008서건석26.05.1229
3007서건석26.05.1127
3006서건석26.05.1044
3005서건석26.05.0933
3004서건석26.05.0832
3003서건석26.05.0733
3002서건석26.05.0624
3001서건석26.05.0535
3000모하비26.05.0454
2999서건석26.05.0434
2998서건석26.05.0329
2997서건석26.05.0227
2996서건석26.05.0131
2995서건석26.04.3032
2994서건석26.04.2939
2993서건석26.04.2827
2992모하비26.04.2774
2991서건석26.04.2729
2990서건석26.04.2627
2989편영범26.04.2559
2988편영범26.04.2544
2987서건석26.04.2521
2986서건석26.04.2433
2985서건석26.04.2330
2984서건석26.04.2235
2983서건석26.04.2126
2982모하비26.04.2063
2981서건석26.04.2025
2980서건석26.04.1930
2979서건석26.04.1830
2978서건석26.04.1746
2977서건석26.04.1633
2976서건석26.04.1525
2975서건석26.04.1424
2974모하비26.04.1363
2973서건석26.04.1337
2972서건석26.04.1236
2971서건석26.04.1130
2970서건석26.04.1024
2969서건석26.04.0927
2968서건석26.04.0846
2967서건석26.04.0731
2966모하비26.04.0650
2965서건석26.04.0629
2964서건석26.04.0534
2963서건석26.04.0435
2962서건석26.04.0330
2961서건석26.04.0232
2960서건석26.04.0137
2959서건석26.03.3137
2958모하비26.03.3049
2957서건석26.03.3028
2956서건석26.03.2932
2955편영범26.03.2855
2954서건석26.03.2835
2953서건석26.03.2745
2952서건석26.03.2656
2951서건석26.03.2544
2950서건석26.03.2448
2949모하비26.03.2356
2948서건석26.03.2329
2947서건석26.03.2241
2946서건석26.03.2123
2945서건석26.03.2047
2944서건석26.03.1935
2943서건석26.03.1828
2942서건석26.03.1748
2941서건석26.03.1650
2940서건석26.03.1535
2939서건석26.03.1435
2938서건석26.03.1356
2937모하비26.03.1265
2936서건석26.03.1234
2935서건석26.03.1133
2934서건석26.03.1040
2933서건석26.03.0944
2932서건석26.03.0834
2931서건석26.03.0738
2930서건석26.03.0640
2929서건석26.03.0537
2928서건석26.03.0435
2927서건석26.03.0349
2926서건석26.03.0236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