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98) : 휘영청이라는 말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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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98)

 

휘영청이라는 말 / 이상국

 

 

휘영청이라는 말 참 좋다

 

어머니 세상 뜨고 집 나간 말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어머니가 걸어놓던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말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몰래 집 떠날 때

지붕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휘영청이란 말 여태 환하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다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계집애의 입 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달

휘영청이라는 말 


 

내 삶의 어머니, 모든 삶의 어머니가 저 휘영청 한 달빛을 방불하지 않았던가. 한 사람의 고유함이 모두의 보편에 내려와 앉을 때, 우린 그 깊고 넓은 공명에 한동안 전율하는 것이리라.”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시인은 휘영청이란 언어의 사용이 곧 어머니의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휘영청은 어둠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입니다. 휘감아 돌듯이 감싸안아 주는 빛의 표현입니다. 달빛만이 내릴 수 있는 빛의 결, 그 빛은 마치 자애로운 눈빛이 아닐까요. 아이를 안고 보듬어 주며 토닥거려주는 어머니의 그 손길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시인은 지붕 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달에서 가엾은 어머니를 봅니다. ‘어머니가 글을 몰라지식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냥 존재만으로도 휘영청빛나는 그달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을 보며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들판이 너른 어느 시골길의 밤, 먼 곳 외딴 집의 불빛이 간혹 보이고 구름을 지나온 달무리 가운데 푸르스름한 달이 떠 있는 밤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요. 달과 함께 밤을 거닐어 보는 일, 산속 어딘가에서 부엉이 소리 간간이 들리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밤바람 소리를 안으며 혼자서 걸어 볼 때,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휘영청이라는 말. 세상의 그리움이 그 안에서 넘실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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