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72) : 민들레 / 김상미


민들레5.jpg





나의 애독시(672)

 

민들레 /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 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 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서정의 꿀맛 같은 예쁜 노란 별,

너에게 꼭 한마디만,

 

 

민들레는 수백 개의 갓털이 달린 낱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쉼표와 쉼표 사이 이러한 갓털의 이미지가 마음에 흩날립니다. 그 한 표현이 어디로 날아가 앉을지에 따라 제각각 소통이라는 꽃도 피겠지요. 이 시의 포인트는 민들레 씨앗을 로 본 직관에 있는데, 활활 타올랐던 사랑이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존재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았던 작은 민들레는 누구의 사랑이었던 것일까요, ‘너에게 꼭 한마디만이 자꾸만 이명(耳鳴)으로 남는군요. ()

 

봄이 되면 지천을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는, 짓밟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과 뿌리를 잘라도 싹이 자라나는 강인함 때문에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부르나 봅니다.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할 때에 민들레 꽃은 개망초와 함께 빠지지 않던 꽃이지요. 동그랗고 노란 꽃이 꼭, 계란 노른자 같아 "계란부침" 꽃이라고 불렀던 생각이 납니다. 어느 곳이나 눈만 돌리면 볼 수 있었던 민들레 꽃이 한약 재료로 쓰인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는, 민들레 꽃도 재배한다고 하지요. 작년 봄 열심히 민들레 꽃을 따 모으시던 친정 부모님께서 민들레로 환을 지어 주셨어요. 위장과 간장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민들레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꽃입니다. 민들레의 존귀함이 어디 그뿐인가요. 어떤 꽃이든지 꽃이 지는 모습은 한결같이 초라합니다. 고결하고 우아함의 대명사인 목련은 물론이고, 꽃의 여왕인 장미와 청초하게 피는 국화도 지는 모습은 추합니다. 그런데 민들레는 어떠한가요. 민들레 꽃의 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초연합니다. 애처롭고 쓸쓸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릿하게 합니다. 까칠한 잎사귀마다 돌아가며 꽃을 피우다가 가야 할 때가 되면 눈꽃 같은 홀씨를 만들어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스스로 번식하는 민들레만의 영토를 만드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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