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69) : 들꽃 / 박두순


들꽃6.jpg





나의 애독시(669)

 

 

들꽃 / 박두순

 

1

밤하늘이

별들로 하여

잠들지 않듯이

 

들에는 더러

들꽃이 피어

허전하지 않네.

 

2

너의 조용한 숨결로

들이

잔잔하다.

 

바람이

너의 옷깃을 흔들면

들도

조용히

흔들린다.

 

3

꺾는 사람의 손에도

향기를 남기고

짓밟는 사람의 발길에도

향기를 남긴다.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로서로 관계를 이루고 삽니다. 친구와 어깨동무하듯, 손잡고 걷듯이 그렇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두 제 자리에 있고 그런 자리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것이겠지요. ‘밤하늘이 / 별들로 하여 / 잠들지 않듯이 / 들에는 더러 / 들꽃이 피어 / 허전하지 않네.’ 시인은 이렇게 들꽃의 모습을 시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삶에 끌어들입니다. 시인에게 들꽃은 그냥 들에 있는 풀꽃이 아닙니다. ‘꺾는 사람의 손에도 / 향기를 남기고 / 짓밟은 사람의 발길에도 / 향기를 남긴다.’라는 이 시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라는 말을 생각하게 해준다고 여겨지지 않는지요?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꽃, 찔레, 산딸기, 오디 같은 것들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먹거리들이었습니다. 그런 것도 찾을 수 없는 날이면 아마도 들꽃을 보았을 겁니다. 들꽃. 냉이꽃, 산딸기꽃, 꿩의 다리, 까치수염, 꿀풀, 범의 꼬리, 패랭이, 둥굴레, 마타리, 쑥부쟁이, 물봉선화, 여뀌, 들국화, 초롱꽃. 모두가 나름대로 예쁜 이름을 갖고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그냥 들꽃이라고 부릅니다. 훨씬 더 친근감이 들고 정겹기 때문입니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을 하겠지만 들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꽃들을 보게 되면 내 가슴 속에서는 언제나 아지랑이 같은 잔잔한 물결이 일어납니다. 그리움의 물결입니다. 곱다, 아름답다 등의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것이 들꽃입니다. 들꽃의 모습은 얼핏 같은 것 같지만 볼 때마다 다릅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 맑고 투명한 이슬방울을 함초롬히 품고 있는 꽃송이가 상큼하고, 안개가 산허리를 두르면서 흐르고 있을 때 만나는 꽃송이는 신비합니다. 황금빛 날갯짓하다가 꽃송이에 얼굴을 박고 꿀을 모으는 벌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불어오는 바람의 크기만큼 흔들리는 꽃송이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같은 잔잔한 목소리가 감미롭습니다. 어쩌다가 허리를 부러뜨리고 바람에 건들거리는 꽃송이를 보면 안타깝고, 지천으로 들판을 수놓고 있는 꽃들을 보면 그대로 드러누워 뒹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박두순의 시를 읽어보면 이런 이유 말고도 덤이 더 있습니다. 시 속에 담긴 우리들의 삶의 바탕이 되는 철학이 그것입니다. ‘들꽃에서는 자신을 밟는 사람들에게도 향기를 남기는 꽃송이에서 대가 없이 남에게 베풀어 주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되고, ‘부러진 꽃에서는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인내를 배우게 되고, ‘겨울 들풀에서는 힘든 환경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것도 느끼게 합니다.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2,992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2992모하비12:154
2991서건석06:236
2990서건석26.04.269
2989편영범26.04.2521
2988편영범26.04.2517
2987서건석26.04.257
2986서건석26.04.2410
2985서건석26.04.2314
2984서건석26.04.2216
2983서건석26.04.2116
2982모하비26.04.2033
2981서건석26.04.2018
2980서건석26.04.1917
2979서건석26.04.1819
2978서건석26.04.1732
2977서건석26.04.1626
2976서건석26.04.1520
2975서건석26.04.1419
2974모하비26.04.1342
2973서건석26.04.1322
2972서건석26.04.1219
2971서건석26.04.1129
2970서건석26.04.1021
2969서건석26.04.0922
2968서건석26.04.0830
2967서건석26.04.0725
2966모하비26.04.0634
2965서건석26.04.0621
2964서건석26.04.0528
2963서건석26.04.0427
2962서건석26.04.0323
2961서건석26.04.0226
2960서건석26.04.0133
2959서건석26.03.3132
2958모하비26.03.3047
2957서건석26.03.3023
2956서건석26.03.2928
2955편영범26.03.2850
2954서건석26.03.2829
2953서건석26.03.2732
2952서건석26.03.2648
2951서건석26.03.2538
2950서건석26.03.2437
2949모하비26.03.2350
2948서건석26.03.2326
2947서건석26.03.2235
2946서건석26.03.2121
2945서건석26.03.2034
2944서건석26.03.1930
2943서건석26.03.1823
2942서건석26.03.1737
2941서건석26.03.1634
2940서건석26.03.1526
2939서건석26.03.1431
2938서건석26.03.1341
2937모하비26.03.1260
2936서건석26.03.1229
2935서건석26.03.1128
2934서건석26.03.1034
2933서건석26.03.0935
2932서건석26.03.0828
2931서건석26.03.0730
2930서건석26.03.0635
2929서건석26.03.0531
2928서건석26.03.0427
2927서건석26.03.0341
2926서건석26.03.0227
2925서건석26.03.0134
2924서건석26.03.0133
2923서건석26.02.2839
2922서건석26.02.2832
2921편영범26.02.2846
2920편영범26.02.2859
2919서건석26.02.2560
2918서건석26.02.2444
2917서건석26.02.2330
2916모하비26.02.2256
2915서건석26.02.2234
2914서건석26.02.2130
2913서건석26.02.2032
2912서건석26.02.1931
2911서건석26.02.1833
2910서건석26.02.1746
2909모하비26.02.1649
2908서건석26.02.1652
2907서건석26.02.1531
2906서건석26.02.1447
2905서건석26.02.1336
2904서건석26.02.1243
2903서건석26.02.1153
2902서건석26.02.1048
2901모하비26.02.0968
2900서건석26.02.0966
2899서건석26.02.0835
2898서건석26.02.0747
2897서건석26.02.0637
2896서건석26.02.0543
2895서건석26.02.0436
2894서건석26.02.0345
2893모하비26.02.0273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