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68) : 풀잎 / 박성룡


풀잎1.jpg





나의 애독시(668)

 

풀잎 /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이라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이 시는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나서 학창 생활을 보낸 박성룡 시인의 대표 작품입니다. 어두운 세상에서 소년기를 사셨던 분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를 쓸 수 있었을까요? 요즘 어느 여학생이 쓴 시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맑고 참신하면서도 고운 시어로 동심을 심어 주네요. 우리가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에 동감이 가지요? 어떤 시인에게 풀잎은 꼭 풀이라고 불려야 하고 또 어떤 시인에게 풀은 꼭 풀잎이라고 해야 하나 봅니다. 그런데 풀을 풀잎이라고 부르는 일, 그건 박성룡 시의 출발점이라고 하네요. 그의 시에서 풀을 풀잎이라고 지칭하는 순간 그의 시는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고 하네요.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불러보면 이 시가 주는 분위기에 접근하게 될까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계속 속으로 풀잎하고 되새기곤 했습니다. 계속 반복되자 마치 내 입에서는 풀피리 소리가 나는 듯했지요. 그리고 몸과 마음이 초록색으로 물들 듯 환해져왔습니다. 참으로 맑고 경쾌하고 상큼한 시가 아닐 수없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감정을 13~4행에서 이렇게 표현했지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그리고 33~5행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릴케는 시를 정의하기를 시는 체험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는 자신이 직접 겪음으로써 얻어진 깨달음이나 느낌, 상상력에 의한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이 시는 시인이 겪은 시적 감정을 잘 살림으로써 시적 효과를 획득한 참 맑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처럼 좋은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이 마음과 생각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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